금융 금융일반

[2단계 외환자유화]탈세노린 재산도피 대책이 없다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31 05:34

수정 2014.11.07 11:36


올해부터 시행되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와 관련,불법 외환거래와 외화도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기업은 물론 개인들의 해외여행 경비와 해외예금,증여성 송금,해외이주비에 대한 금액 제한도 사실상 폐지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외환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불법 외환거래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예금부분보장제도와 종합과세제도 시행으로 탈세 목적의 외화유출 가능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국부 유출’이라는 심각한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게 됐다.

문제는 이런 불법 외환거래를 적발할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 재정경제부도 최근 불법·변칙거래 운영 대책반을 상시 가동키로 했지만 별다른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증가하는 불법 외환거래=지난해 4월 제1단계 외환자유화 조치 이후 우리나라의 외환거래 추이를 살펴보면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 이후 예상되는 불법 외환거래가 어느정도가 될지 짐작할 수 있다. 외환거래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외환은행에 따르면 지난 98년 1월부터 7월까지 7억4000만달러에 그쳤던 증여성 해외송금액이 99년 1∼7월에는 13억4000만달러로 크게 증가했고 2000년 1∼7월에는 21억8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관세청이 적발한 불법 외환거래 금액도 98년 990억원에서 99년에는 9138억원으로 폭증했고 지난해 10월 말 현재 1조4000억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외환거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에다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까지 시행되면 불법 외환거래 규모도 그만큼 증가할 것은 분명하다.

지호준 금융연구원 박사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 현재 30억달러 수준인 외환거래 규모가 8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단계 조치는 주로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불법 외환거래 규모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증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책없는 정부당국=불법 외환거래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적발할 수 있는 대응책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관세청이 자금세탁과 금융범죄 단속기법을 향상시키기기 위해 미국의 수사·정보분석 전문가를 초빙해 지난달 세미나까지 개최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강구하지는 못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외화를 반출할 때는 관세청과 한은 등에 신고토록 돼 있어 불법 외환거래가 빈번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금융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 들어오는 외화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부도 2단계 외환자유화 시행과 함께 불법·변칙거래 운영대책반을 상시 운영하기로 했지만 전문가 부족과 불법 거래를 적발해 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지 박사는 “기업들의 경우 문서상이나 절차상으로 볼 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지만 2차,3차 거래가 복잡하게 이어지면서 불법을 저질르게 되고 이런 경우에 당국도 적발하기 힘들다”며 “사실상 신통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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