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눈높이 경제―한국은행 대출제도]금융시장 안정 핵심역할 수행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3 05:35

수정 2014.11.07 16:52


한국은행의 대출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한국은행이 시중유동성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기 위해 활용하는 주요한 정책수단에는 크게 대출정책과 지급준비정책, 공개시장조작정책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대출정책은 오랫동안 단기시장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하는 수단으로서 이용되어 왔으나 근래 시장친화적인 공개시장조작정책이 유동성 조절수단으로 주로 활용됨에 따라 그 기능이 크게 달라지게 되었다. 즉, 대출금리의 금리공시기능이 강화되는 한편 대출제도는 은행이 일시적으로 혹은 금융위기로 인해 유동성이 부족할 때 한국은행이 개별은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자금을 대출해 주는 수단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대출정책은 은행의 은행이자, 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로서 한국은행의 고유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대출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현재 한국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대출제도에는 크게 총액한도 대출제도와 일시부족자금 지원을 위한 대출제도가 있다. 우선 총액한도대출제도는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자 하는 유인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자동재할인제도를 대신하여 지난 94년 3월에 도입된 대출제도다.
한국은행은 이 제도를 통해 개별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실적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아 이자가 낮은 총액한도자금을 은행별로 차등 배정하고 있다. 이 제도는 한국은행이 미리 이러한 용도의 자금총액한도를 설정하고 한도 내에서 개별은행의 배정액을 산출하기 때문에 총액한도대출제도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총액한도는 경제상황에 따라 때로 변경되기도 하는데 시중에 유동성이 초과 공급되었을 때에는 다소 한도를 줄이기도 하고 금융시장 불안으로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때에는 이 한도를 확대하기도 한다.

한편 금융기관의 일시적인 자금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출제도로 지난해 8월에 도입된 유동성조절대출제도를 들 수 있다. 이 제도는 은행이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에 처하는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해당 은행에 자금을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올해 새로이 도입한 제도다. 이 제도는 유동성조절대출금리를 통해 한국은행의 정책방향을 금융시장에 명확하게 전달하는 금리공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도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심각한 유동성 부족 사태로 인하여 이 대출제도를 활용한 은행은 없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은 은행이 예금지급준비금이나 지급결제자금이 부족할 때 긴급 대출해줄 수 있도록 일시부족자금대출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9월부터 은행이 하루 중 일시적으로 지급결제자금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하여 일중당좌대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은행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거나 금융시장의 안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최종대부자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특별대출제도를 구비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97년 말 외환위기가 발생하여 금융시장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자 10조여원에 달하는 특별대출을 지원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99년에는 Y2K로 알려진 컴퓨터 2000년 문제로 인해 은행의 지급결제자금 부족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Y2K특별대출제도를 시한부로 도입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이렇게 여러 대출제도를 구비하고 있는 것은 때때로 금융시장에 발생하는 불안요인을 조기에 수습하는 한편 자금이 꼭 필요한 경제부문에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대출정책의 위상이 다소 낮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은행의 은행으로서, 금융시장의 최종대부자로서 한국은행이 맡아야 할 책임과 의무는 대출정책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홍승제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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