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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대란 오나]1분기 하이일드·CBO 펀드 만기 7조 5000억원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4 05:36

수정 2014.11.07 16:50


올해 1·4분기 하이일드·채권담보부증권(CBO)펀드 만기물량이 7조5000억원에 달해 투신권이 환매몸살을 앓게 될 전망이다.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에 투자하는 펀드 특성상 대부분의 고객이 환매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투신권과 정부당국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특히 2월과 3월 각각 2조6000억원과 3조1000억원가량의 만기가 집중돼 있어 최악의 경우 환매를 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4일 한국펀드평가와 투신업계에 따르면 올 1·4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CBO펀드 물량은 단위형과 추가형을 합쳐 5조2509억원에 달한다.올해 총 만기물량(6조7940억원)의 77.2%가 이 기간에 집중돼 있다.하이일드펀드도 올해 총 만기물량이 6조6369억원의 34.1%인 2조2731억원이 1·4분기중 만기를 맞는다.투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11∼12월 만기연장된 하이일드펀드도 언제든지 환매요구가 가능해 전체 하이일드·CBO펀드의 만기물량은 9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신사별 CBO펀드 만기물량은 대한투신이 1조 3561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 1조 3354억원, 삼성 7952억원, 한국 7446억원, 제일 2996억원 순이다.

◇환매압력 가중될 듯=투신사들은 지난해 11월 1차 하이일드펀드 만기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심한 환매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당시는 비과세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가 환매자금의 상당부분을 다시 끌어들여 부담을 줄일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비과세펀드는 올해부터 기존 가입자를 제외하고는 추가수탁이 불가능해 하이일드펀드와 CBO펀드의 환매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다른 채권형상품도 금리전망이 불확실해 대안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단위형펀드의 경우 지난해 11월 1차 하이일드펀드가 대부분 만기연장에 실패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펀드내 자산을 처분해 환매에 응해야 하지만 이들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의 경우 사실상 시장에서 처분하기가 불가능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특히 CBO펀드에 들어있는 후순위채의 경우 원리금을 채권만기시 일시상환하는 조건으로 발행된 것이어서 현금창출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대부분 미매각으로 떠안을 판=투신사들은 일단 만기연장과 환매자금의 재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다른 유동자산을 처분해 환매에 대비한다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지만 효과에 대해서는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환매이후 펀드에 남게 되는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는 고유계정에서 미매각으로 떠안아야 할판이다.펀드내 일부 국채와 우량채권들은 시장에 내다 팔면 되지만 투기등급채권과 후순위채는 별다른 소화처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H투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1차 하이일드펀드들은 15%이상의 고수익을 내고도 고객을 묶어두는데 실패했다”며 “펀드 수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 이들 펀드에 재투자를 권유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근본 대책 수립 시급=투신업계는 ‘일단 불을 끄고 보자’는 임시방편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CBO펀드의 경우 후순위채를 미매각으로 떠안게되면 시가와 장부가의 괴리로 투신사가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을 모으고 있다.

10조원의 1차 채권기금펀드에 이어 추가로 10조원을 조성, 발행시장채권담보주증권(프라이머리 CBO)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정부대책의 전부지만 이마저 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설명이다.

H투신운용사 사장은 “환매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대체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자산관리공사와 금융감독원에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을 동원,투기등급채와 후순위채를 사주는 방안을 의사타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jgkang@fnnews.com 강종구·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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