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실련의 자해행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4 05:36

수정 2014.11.07 16:5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일부 정부투자기관과 기업에, 녹색연합이 정부투자기관 등에 후원금을 요청했다는 보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실련이 ‘후원의 밤’ 행사를 앞두고 후원금 요청 공문을 발송한 시점이 정부투자기관장 판공비 사용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한 한달 뒤라는 점,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판공비가 명확한 집행기준 없이 임의로 사용되고 있다고 비판하기 한달 전이라는 점이다. 문제가 되자 경실련은 시기적으로 일처리에 미숙한 점이 있으나 과거부터 후원해 온 곳들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후원금 요청과 판공비 비판이 어떤 형태로든 연관되었거나 희석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오해의 여지는 남는다.
경실련을 비롯한 시민단체나 이들을 지지하고 공감하는 많은 사람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특히 경실련은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운동 단체로서 그 동안 우리나라 비정부기구(NGO)운동을 리드해 왔다. 소득의 공정한 분배에 기초한 경제정의를 실현한다는 취지로 발족한 이래 지난 10여년 동안 부동산 투기근절, 금융실명제 실시, 세제·세정 개혁운동, 공명선거 캠페인, 시민의 알권리 보장 등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왔다. 최근 정부투자기관장의 판공비 사용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지지부진한 공공부문 개혁에 경종을 울린 것도 경실련 업적의 하나로 꼽힌다.

경실련이 시민운동 불모지나 다름 없는 환경에서 지난 10년 동안 그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정확한 문제 제기와 대안 제시, 다시 말하면 이익집단으로서가 아니라 대국적인 입장에서 냉정하고도 이성적으로 문제를 파악한 공정성 때문이다. 이 공정성은 도덕적인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
만약 경실련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는다면 그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활동재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무데나 손을 벌리는 것은 스스로 도덕성과 공정성 그리고 투명성을 훼손하는 일종의 자해 행위다.


공정성을 훼손당하지 않으려면 이번 일을 계기로 경실련을 비롯한 모든 비정부 기구(시민운동 단체)는 이 사회에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수입과 지출을 자세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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