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fn 쟁점―제일銀 회사채 인수거부]´기업 우선´―´공공 우선´…재·정충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5 05:36

수정 2014.11.07 16:48


제일은행의 유동성 부족기업 회사채 인수거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와 제일은행간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이를 지켜보는 시각도 분분하다. 제일은행이 지나치게 은행산업의 공적기능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개방경제시대에 ‘은행의 자기살길 찾기’는 당연하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은 제일은행에 대해 공공성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며 이에 강력대응키로 방침을 정했다. 당초 이번 회사채 인수관련 정책을 입안한 진념 재정경제부장관 등의 심기도 불편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제일은행의 회사채 인수 거부로 추가분을 더 떠안게 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제일은행 호리 행장은 정부의 처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반박하고 외국계 금융기관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일은행 입장=정부는 기업의 신용경색현상을 타개하는 방안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 가운데 80%를 산업은행이 인수하고 인수물량중 20%를 주채권은행이 떠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국내 시중은행중 호리 행장의 제일은행은 이를 거부했다. 제일은행측은 부실기업의 회사채인수가 또다른 부실을 부를 가능성이 있으며 은행의 재무건전도나 수익구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일은행 김상현 여신지원부장은 “금감원의 어떤 요구에도 불구, 제일은행의 회사채 인수거절에 대한 입장엔 변함이 없다. 이 문제는 은행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질 일일 뿐 아니라 정부의 회사채 강제할당은 여신정책에도 맞지 않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금감원 대응=금감원은 제일은행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지난해 ‘11·3 부실기업퇴출조치’ 당시 회생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은행의 잘못으로 부실해질 경우 은행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성로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제일은행이 끝내 회사채인수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제일은행이 안아야 할 회사채 인수분을 나머지 채권은행들이 분담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앞으로는 은행의 공공성과 정부정책 협조 부문도 은행평가 항목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그러나 “제일은행을 주거래로 하는 계열에 대해 주거래은행을 바꾸라고 말할 수는 없으며 이는 거래기업이 판단해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강기원 금감원 부원장보도 “앞으로 은행 평가시 지역사회기여도를 엄중 적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이는 외국금융당국에서도 중시하는 것인 만큼 보복적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부원장보는 그러면서 “5일 제일은행을 상대로 유동성부족기업 회사채 인수여부를 다시한번 타진했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반응=우선 제일은행 몫만큼 부실채권을 떠 안게 된 시중은행들은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들은 제일은행과 금감원의 입장에서 회사채인수 불가피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그동안 줄기차게 내세워온 기업 구조조정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 아니라 국민들의 눈을 속이는 또 다른 형태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그러나 투신 등 제2금융권의 회사채 중개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있는 상태에서 올해 차환발행이 어려운 25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방관할 경우 기업부실이 금융위기로 넘어가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고육지책’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제일은행의 주장은 원칙적으로 맞다”며 “그러나 상업성만 따지면 누구는 은행경영을 못하겠느냐”고 공익성을 강조했다.

◇외국계 시각=외국계 금융기관은 산업은행과 채권은행의 부실기업 회사채인수는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비난하고 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산업은행에 올해 만기도래하는 비우량회사채의 80%를 인수토록 한 조치는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쟈딘플레밍증권은 “산업은행이 회사채를 인수하더라도 해당기업들이 회생하지 못하면 부실기업들의 퇴출을 연장시키는 꼴밖에는 안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국내 전문가 반응=유용주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 박사는 제일은행쪽의 행동이 맞다고 말했다.
박승의 예금보험공사 이사(제일은행 사외이사 겸임)는 회사채 인수문제는 신규여신에 속하므로 정부와 제일은행이 맺은 풋백옵션(과거부실 일정기간 정부가 보전)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기업여신에 대한 사항은 전적으로 행장과 직원들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못박았다.

/ rich@fnnews.com 전형일·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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