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 경제난국의 타개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7 05:36

수정 2014.11.07 16:47


대부분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올해야말로 우리경제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한다.현 경제난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경제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돌이켜보면 우리경제는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 왔으며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적어도 비슷한 경우에 처해있던 남미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잘 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기에는 현 상황이 너무도 절박하다.금융경색으로 기업도산이 늘고 그로 인해 금융부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미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 상존 등 우리 스스로 극복할 수 없는 애로요인들도 산적해 있다.무엇보다 불안감이 지속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섣부른 경기부양론은 위험

그러나 지금 시급한 것은 성급한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차분히 구조조정을 진행해 나가는 일이다.시장이 죽었기 때문에 시장원리가 바로 설자리가 없다는 역설적인 차원에서 꺼져가는 시장을 살리고 경기를 추스리는 일도 중요하나 이제까지 진행되어 온 구조조정에 대해 철저한 반성없이 섣불리 경기부양론을 내세우면 안된다.

시장원칙을 중시하는 구조조정을 내걸었으면서도 결국은 중요한 경제사안에 봉착할 때마다 국가개입으로 풀어나갔다.개혁을 부르짖으면서도 상황에 따라 비개혁적 논리가 판을 쳤다.이러한 혼선때문에 국내외 투자자들이 정부의 신뢰성을 의심하게 되었고 금융시장은 마비되어 버렸다.비록 질적인 깊이와 방향에 대해서는 평가는 엇갈리고 있으나,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추진한 경제 구조조정은 그 범위와 사례에서는 광범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여전히 경제위기의 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공공부문의 개혁 등 모두 이미 완결했어야 할 구조적 개혁을 미뤄어 온 탓이다.지난 한 해는 우리가 구조조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고통을 미루면 뒷날 반드시 그보다 더 큰 고통과 비용을 치룰 수밖에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해였다고 판단된다.

그렇지만 내수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가속과 더불어 그나마 경제를 떠받치던 유일한 축인 수출도 불안한 상황에서 경기조절적 차원의 경제정책이 불가피함도 인정해야 한다.주어진 예산내에서 상반기에 재정의 60∼70%를 조기 집행하면서 지방건설과 유통부문 경기를 자극하고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는 등의 구상에 대해서까지 ‘선 경기부양 후 구조조정’이라고 지나치게 정부를 몰아부칠 필요는 없다.예상되는 경기하강의 정도에 따라 신축적으로 정책을 운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물론 우리 재정의 경직적 세출구조나 과다부채에 따른 중기적 재정 불안정을 고려할 때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금융·기업구조조정을 완결하지 않고서 우리 경제의 암적인 존재인 불신·불안감·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자칫 구조조정 지연과 집단이기주의 발호로 시장질서가 교란된다면 시장충격을 흡수할 거시경제적 여력마저도 소진될 것이다.

경제하려는 분위기 진작해야

최근 우리 경제가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식의 장기복합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다.일본 정부는 재정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경기부양, 구조조정, 공적자금 조성 및 균형재정기조 유지의 세가지 정책 목표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다가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말았다.결국 일본은 경기침체의 장기화, 구조조정의 지연에 따라 세수감소가 지속되어 균형재정이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균형재정원칙을 고수하되 필요하다면 재정의 사용은 실기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이를 위해서는 구조조정 기능과 거시경제 안정화 기능은 분리하여 생각해야 한다.지금처럼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가 동시에 나서서 전체 금융시장의 안정을 책임지고 구조조정정책을 지휘하는 경제운영체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그래야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에 대한 회생전략에 매달린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나아가 경기조절적인 대책에 대해 경기부양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새해 들어 2차 구조조정 작업이 뒤늦게나마 본격 추진되고 있다.그러나 연초부터 여당 일각에서 내놓고 있는 연·기금 주식투자를 통한 주식시장 부양, 신도시 개발 등 선심성 정책들로 인해 국민들의 시각은 회의적이고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신뢰도 땅에 떨어진 상태다.정부는 인기에 영합한 정책은 그만두고 지속적인 구조조정 추진과 정책신뢰도 제고를 통해 경제하려는 분위기를 진작시키는데 정책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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