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지구촌 기업·기업인]서모메트릭스코리아 주영섭사장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9 05:37

수정 2014.11.07 16:45


“한국경제에 일조할 수 있는 고품격, 고기술의 센서를 공급하는 한편, 국내 센서업계의 세계화를 도모할 겁니다.우리회사는 외국계기업이지만 국내에서 이익만 챙기려 드는 기업이 아닙니다.”

주영섭 서모메트릭스 코리아(Themometrics Korew)대표(44·서모메트릭스)는 인터뷰의 상당시간을 ‘낙후된 한국 센서산업의 도약과 국제화’란 화두에 할애했다.한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고용창출효과와 수출까지 꾀하는 면에서 여타 외국기업과는 차별화되어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했다.주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세계화’가 실종됐지만 우리 경제의 궁극적인 과제는 역시 세계화”란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아시아 센서시장을 핵심권역 육성=가전제품, 통신장비, 의료기용으로 쓰이는 1000여종의 첨단 온도센서를 생산하는 서모메트릭스는 지난 99년 9월 영국의 세계적 통신장비?전자부품 제조업체인 스파이어런트그룹이 대우전자부품의 센서사업부를 인수, 설립한 회사다.

주사장은 올 10월에 완공한 평택 공장을 포함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총 4개 국가의 영업을 총괄하는 아시아?태평양 담당 사장이기도 하다.그는 대우전자에서 18년동안 근무하며 경영기획, 전략기획, 구조조정 담당이사와 정보통신사업부장을 역임했다.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공학박사출신으로 대우전자 회장과 정보통신부장관을 역임한 배순훈 한국과학기술원교수(KAIST)와는 사제관계로 인연을 키워온 사이다.

주사장은 “5년내에 종업원 500명, 연간 매출 1억달러를 거두는 국내 굴지의 센서회사로 키우겠다”며 “평택 센서공장이 아시아 센서시장의 핵심 사업권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세계적 자동차회사에도 수출=온도센서는 세계 시장이 약 2조원 규모이나 한국은 500억원 정도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중소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는 현실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서모메트릭스는 연간 1억개 이상의 온도 및 태양광 센서를 생산할 수 있는 평택공장을 기반으로 국내 가전업체와 자동차부품업체, 이탈리아 피아트자동차 부품업체 등 국제 유수의 자동차 회사에도 제품을 공급한다.이 전략에는 지난해 12월1일 스파이어런트 그룹이 LG전자와 합작해 세운 ‘서모메트릭스 테크놀러지’와의 공조체제가 바탕이 돼 있다.주사장은 두 사업부문을 동시에 운영한다.

주사장은 “서모메트릭스는 반도체회로소자(Thermist)를 이용한 접촉식 센서를 생산하는데, 적용분야는 자동차 에어컨과 공조기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저항이 떨어지는 것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방식”이라며 “서모메트릭스 테크놀러지는 적외선(IR:Infrared rays)을 이용한 비접촉식 방식으로 적외선으로 열 분포도를 감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생산제품은 자동차의 에어백 작동과 에어컨, 가스 배출 감지능력을 갖춘 실리콘 IR 센서, 입에 물거나 겨드랑이에 넣는 의료용 온도계에서 탈피한 귀에 꽂는 이어 온도계, 전자렌지 작동시 온도를 조절해 주는 가전제품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서모메트릭스의 전망은 대단히 밝다.통신장비와 자동차 및 가전제품의 첨단 전자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이들 제품에 장착하는 센서량도 눈에 띄게 증가해 국내 센서시장은 매년 20∼30%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주사장은 2년내에 평택에 서모메트릭스 테크놀러지가 쓸 단독 공장을 완공하는 등 종합적 센서회사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국내 센서업체와 ‘공존공생’=그는 단순히 회사를 키우는 것외에도 한국의 센서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궁극적으로 ‘공생번영’의 길을 택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

그는 “한국 센서업계는 수공업단계에 머물러 있고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제 오너십과 회사의 정체성은 분명하게 구분되어야 한다고 본다”며 “어느 나라 소속이냐가 중요한 때는 지났으며 더구나 센서의 경우 완제품의 핵심부품 가운데 하나인데 품질이 떨어지면 결국 완제품도 외면받는 건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한다.


주사장은 사업진출시, 센서 공급 때문에 골치를 앓던 완제품업체들로 부터 “정말 반갑다”라는 환영과 함께 “협업해서 우리 제품을 고도화하자”는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한국의 전자제품과 자동차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센서부품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하며 그 ‘키워드’는 세계화라는게 그의 경영철학이다.주사장은 이를 위해 조만간 동종업계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고 협력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월등한 서모메트릭스의 해외공급망을 제공해 수출길을 열어주는 방법도 제시할 생각이다.

“한국센서 업계가 이제는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야 해요.고객만족을 극대화하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회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영민한 수재’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그의 눈빛에서 좌절을 극복하는 원동력의 실체가 무엇인지 배어 나왔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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