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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000년도 무더기 적자…기업퇴출등 여파 한빛·서울·조흥 전년수준 넘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9 05:37

수정 2014.11.07 16:44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당초 목표에 훨신 미달해 상당수 은행이 대규모 적자를 내고, 흑자를 낸 은행도 목표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새로운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에 따른 엄격한 충당금 적립, 기업구조조정을 통한 부실기업 무더기 퇴출, 주식평가손 급증 등으로 지난해 시중은행들이 대부분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9년 2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한빛은행은 지난해에도 99년과 맞먹는 수준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한빛은행 관계자는 “당초 40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했으나 주거래기업 퇴출, 대우차 매각지연, 주식평가손 급증(삼성생명 주식) 등으로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은행도 동아건설, 우방 등 주거래 기업이 잇따라 퇴출되면서 충당금 적립규모만 1조7000억원을 잡고 있어 적자규모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주택은행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6000억원으로 잡았으나 잠정집계한 결과 1000억원 가량이 줄어든 5000억원선에 머물렀다. 특히 주택은행은 향후 추가부실 가능성이 높은 주택관련 기업여신을 상당부분 갖고 있어 이를 반영할 경우 흑자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흥은행도 당초 5500억원 목표에서 4000억원 이상 줄어든 1100억원을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잠정 집계했다.조흥은행은 그러나 쌍용양회 등 쌍용그룹에 대한 충당금 적립규모가 5∼10%선에 그쳐 이를 20∼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경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한빛·조흥·외환·주택·신한 등 8개 시중은행의 총 여신 294조원중 고정이하 무수익여신 33조원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48.7%로 이를 65%로 높일 경우 7조원 정도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며 “이렇게 충당급을 쌓고 흑자를 낼 은행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은행은 올해부터 ‘클린뱅크’로 거듭나기 위해 지난해 FLC 국제기준에 따라 총 1조1000억원의 고정이하 여신에 대해 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460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나은행은 현대건설, ‘11·3기업퇴출’ 등이 맞물리면서 당초 계획보다 2000억∼3000억원의 충당금 추가적립을 검토하고 있어 당기순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은행은 수수료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등 영업실적이 호전돼 당초 계획했던 7040억원보다 200억원이 늘어난 73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재무담당자는 “부실기업 퇴출을 비롯해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출자지분의 평가손, 대우차 매각 표류 등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정리작업 지연, 새로운 부실여신 발생 등으로 은행이 추가로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늘어났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오는 20일께 2000년도 당기순이익 등 결산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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