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동양그룹 분사 의미]分家통해 금융부문 클린화 시도

이민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09 05:37

수정 2014.11.07 16:43


동양그룹은 현재현 동양그룹회장과 담철곤 부회장의 사위 운영체제로 꾸려지는 중견그룹으로 29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고 이양구회장이 아들 없이 두 딸(혜경, 화경)을 남긴 탓에 맏사위인 현재현 회장이 경영권을 넘겨 받았고, 둘째 사위인 담철곤 부회장이 제과를 맡고 있다.시멘트와 제과를 주축으로 두 사위가 그룹을 이끄는 특이한 시스템인 셈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의 현회장은 부산지검 검사를 지낸 뒤 미국에 유학,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지난 83년 동양시멘트 사장으로 동양그룹에 입성했다. 현회장은 지난 84년 일국증권 인수를 통해 금융업에 진출, 사세를 확장해 나가며 재계30위권 밖의 동양그룹을 2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등 경영수완을 인정받았다.
현회장의 부인이며 이회장의 장녀인 이혜경씨는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최대 주주로만 남아 있다. 화교 출신의 담부회장은 차녀 이화경씨와 결혼한 뒤 경영에 참여하게 됐다.
지난 90년대 후반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동양은 지난해 그룹 주축인 전통제조기업 동양시멘트의 사명을 동양메이저로 바꾸고 미디어사업을 강화하는 등 변신을 모색해 왔다.일각에서는 두 사위간의 지분정리를 통한 그룹 재편가능성도 이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본다.

현재 그룹내에서는 계열분리에 대해 두가지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두 경영진이 각자의 경쟁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전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과 시멘트·금융과 미디어·제과를 분리할 경우 당장 그룹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다.

후자의 경우 외자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동양메이저 관계자가 “금융과 미디어가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게 외자유치에도 효과적인데, 급하게 끊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제과의 경쟁력을 튼실하게 갖추기 위해서는 핵심인 온미디어에 탄력을 붙일 필요가 있으며, 대호의 7개의 케이블 TV인수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계열분리 현실화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온미디어는 투니버스, OCN, HBO, 바둑 TV, 온게임넷 등 이미 5개의 케이블 채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대호를 흡수할 경우 종합미디어그룹으로 완전한 모양새를 갖출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계열사를 9개나 두고 있는 동양이 지난해 금융계열사 부채비율로 상당한 부담을 느낀 점을 감안하면 시멘트·금융을 정점으로 한 축을 꾸리면서 재차 구조조정을 벌여 ‘클린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 가운데 하나는 고 이양구 회장의 미망인인 이관희씨가 집안의 어른으로 현재까지 외부서 바라본 구도와는 다른 지시를 사위들에게 내릴 가능성이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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