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고개숙인 제일銀…회사채 인수거부 파장에 부담

임대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11 05:37

수정 2014.11.07 16:40


외국계 자본이 경영하는 제일은행의 ‘튀는 행보’에 드디어 제동이 걸렸다.

최근 정부의 부실기업 회사채 인수 정책을 정면 거부했다가 돌연 현대전자의 수출환어음(DA) 한도 확대에 적극 동참하기로 하는 등 제일은행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윌프레드 호리에 제일은행장은 회사채 인수 거부가 금융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자 지난 10일 부랴부랴 금융당국을 찾아 해명하고 정부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제일은행은 곧이어 현대전자의 DA한도 확대조치에 동참하겠다며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다. 금융계에서는 제일은행의 이런 일관되지 못한 모습이 ‘선진금융관행’이냐며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태도 변화에는 집중적인 언론 보도가 큰 변수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A은행 관계자는 “선진금융관행을 내세우며 회사채 인수를 거부할 때는 언제고 정부가 불편한 심기를 나타내자 행장이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해명하는 행동은 또 뭐냐”며 “계좌 유지 수수료 부과 제도 등도 선진금융기법이라고 하는데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 선진기법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B은행 관계자도 “지금 제일은행에 가장 시급한 것은 선진금융기법을 들여오는 것 보다 ‘공적자금 먹는 하마’라는 부실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라며 “차라리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 정부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소신이면 그렇게 계속 밀고나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제일은행은 정부정책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자세에는 변함이 없지만 은행에 대한 인식은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회사채 인수 거부는 은행 내부규정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제일은행을 바라보는 정부와 은행권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것은 알지만 제일은행은 이제 은행문화가 크게 바뀌었다”며 “금융감독원이 요구하는 보고서에 대해 수수료를 받자고 할 만큼 직원들도 이제 은행을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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