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fn초대석―이상철 한국통신 사장]˝민영화 앞당겨 세계로 뛰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14 05:38

수정 2014.11.07 16:38


차세대 이동전화(IMT-2000)사업권과 위성방송사업권을 잇따라 따내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한국통신의 새 사령탑에 이상철 신임사장이 지난 2일 취임했다. 한통프리텔 사장에서 4년 만에 모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그는 한국통신을 공룡에 비유하면서 ‘누워있는 공룡을 뛰는 공룡으로 만들겠다’고 취임일성을 터트렸다. 직원 4만4000여명에 연간 매출액 10조원이 넘는 거대공룡 한국통신은 오는 2002년 6월까지 민영화작업을 완료하고 세계적인 통신회사로 거듭나야 하는 시점에 있다. 향후 3년간 한국통신의 앞날을 책임진 이 사장을 만나 한통의 개혁방안과 사업계획,경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누워있는 공룡을 뛰는 공룡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 안에 한국통신의 미래상이 모두 담겨있다고 본다. 뛰는 공룡의 구체적인 모습은 무엇인가.

▲국내에서만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세계로 나가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스피드 경영이며,둘째는 투명한 정보,셋째는 노사가 따로없이 하나의 골(목표)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기업이 되겠다는 게 나의 기업비전이다.

―스피드경영이란 뭔가.

▲앞으로 회사 사규의 사이즈를 절반으로 줄이려고 한다. 문서위주의 행정을 간소화할 것이다. 관리자들이 보고서 작성하느라 밤새워 작업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해당 업무를 잘아는 사람이 와서 한 두마디로 설명하면 된다.

―세계적 기업이 되었을 때의 모습은.

▲다국적 기업은 아니지만 다국적을 가진 이사진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모든 정보인프라가 확실하게 구축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 한국통신이 정보기술(IT) 선구자라고 하면서도 내부 정보화가 안돼있다. 고객관계관리(CRM),의사결정,인사관리·재무 등이 정보인프라 구축을 통해 투명하고 명료해야져 한다.

―한국통신이 벤치마킹하는 회사가 있는지.

▲한통은 그동안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을 벤치마킹해 왔다. 그러나 경영은 시스코,GE 등을 벤치마킹하는 게 낫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통신사업자는 느리다. 대부분 국영기업이기 때문인데,그래서 더욱 민영화를 해야 한다. 민영화가 되면 직원들의 의식도 바뀌게 된다.

―향후 민영화 추진 일정은.

▲민영화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많이 진척될 것 같다. 민영화 시기는 최대한 앞당길 것이다. 민영화는 주식을 단순히 파는 것만은 아니다. 민영화가 끝난 뒤 한국통신의 모습이 어떨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 모습을 그려놓고 거꾸로 하나하나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비동기식에서 탈락한 LG가 민영화에 참가해 한국통신을 인수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런 가정에 대해) 정부는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 나도 대기업이 경영권을 갖는 것은 반대한다. 물론 외국 기업에 의해 독점되는 것도 안된다. 우리 경제의 핵이 정보통신이고 이중 한국통신은 정보통신업의 대표주자이다.

―IMT-2000 사업이 한국통신의 최대 주력사업이 되는가.

▲IMT-2000 사업은 무선에서 접근하는 것과 유선에서 접근하는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 그리고 IMT-2000의 특징은 하이스피드와 많은 정보량을 보내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유선망을 확장하는 측면에서 IMT-2000사업을 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유선망이 갖고있는 방대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게된다. 무선망은 이러한 유선망에 마지막으로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것이다.

―요즘 국내 통신업체들이 해외업체와의 제휴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해외업체와의 제휴가 단순히 선진 외국기업의 노하우만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

▲당연한 말이다. 한국통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을 묶어 세계 최초의 기업간(B2B)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구상하고 있다. 이 구상은 올해내에 가시화 될 것이다.

―IMT-2000 서비스 연기론을 주장했는데.

▲서비스를 연기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당초 예정한 2002년 5월) 상용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단말기나 시스템 개발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만족할 만한 단말기나 적정한 가격의 시스템 개발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본다. 정부는 상용서비스 시기를 내년 5월로 못박았으나 서비스 시기는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성이 있으면 외산,국산 가리지 않고 서비스를 할 것이다. 문제는 수익성이 있느냐이다. 한통프리텔과 엠닷컴은 그동안 5조원을 투자했는데 (투자비도 회수하기 전에) 서둘러 IMT-2000 서비스를 해야하는지 시장상황을 면밀히 알아봐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SK텔레콤과 서비스 시기가 같게 될 것이다.

―한국통신과 위성방송 신설법인과의 관계는.

▲한국통신프리텔을 포함해 한국통신이 18%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최대주주다. 신설법인에는 최대한 자율권을 줄 생각이다. 그러나 30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을 투자하기 때문에 이사를 두명 파견해 경영에 참여하게 된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 추세 측면에서 자본참여 외에 사업상 연계할 의향은 있는지.

▲위성방송은 케이블방송보다 돈을 많이 받게 될텐데 기존 방송과 차별화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하다. 양방향성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서비스와 인터넷을 통한 콘텐츠 등을 제공해 차별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 입장은 방송사업 영역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밑거름을 제공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한통프리텔·엠닷컴 합병회사와 IMT-2000 신설법인의 합병은 어떻게 추진할 예정인가.

▲오래 끌 이유가 없다. 2G(2세대)에서 3G(3세대)로 가면 기존 가입자들도 그대로 옮겨가게 된다. 합병회사와 IMT-2000 신설법인이 분리돼 있다면 서로 고객을 끌어가기 위해 다투게 된다. 서로 싸우다간 둘다 망한다.

―주가관리 방안은.

▲우리나라는 주가관리가 어렵다. 주가가 소문에 의해 왔다갔다하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앞으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세계적 비전을 보여줌으로써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도록 할 것이다.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한국통신의 주가는 지금보다 서너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한국통신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통신의 시가총액은 약 25조원으로 전화가입자당 주가는 1000달러정도다. 비슷한 외국 통신업체의 경우 가입자당 주가가 3000∼4000달러인 것을 보면 한통의 주가가 지금보다 서너배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

―경영철학은.

▲보람있는 일은 절대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쉽게 이루어진다면 의심을 해봐야 한다.
엉터리일 가능성이 많다. 진정한 보람은 머리를 쓰고 땀을 흘리는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경영할 때 그런 생각을 늘 하며 작은 문제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철 사장 약력

▲52세

▲서울 출생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미 버지니아 플리텍크 석사

▲미 듀크대 공학박사

▲76년 미 웨스턴유니온스페이콤 선임연구원

▲79년 미 컴퓨터 사이언스사 책임연구원

▲82년 국방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

▲91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

▲96년 한국통신 무선사업본부장

▲96년 한국통신프리텔 대표이사

▲2000년 민주당 정보통신위원회 위원장

/정리= oz@fnnews.com 권오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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