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권 기업대출 다시 강화]˝빌려줄 곳을 없고…미워도 다시한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15 05:39

수정 2014.11.07 16:36


시중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강화하는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마땅히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가계대출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콜자금(초단기자금)은 제2금융권의 붕괴로 운용폭이 좁아졌으며 주식·채권 등 유가증권 투자 또한 여의치 않다.

여기에 한빛·서울·평화 등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6개 은행의 경우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수익성을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약정해 리스크를 감수하고 기업대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자금 굴릴 곳이 없다=지난 한햇동안 은행권에 몰린 자금은 92조원.그러나 은행들은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자금운용처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가계대출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김장희 국민은행 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가계대출 시장은 총 580조∼600조원 가량이지만 은행마다 소매금융에 뛰어들면서 이미 포화상태”라고 말했다.금융기관간 초단기로 운용되는 콜자금의 경우 은행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종금, 금고 등 제2금융권 붕괴로 이들 금융권과의 거래도 제한적이다.주식시장은 연초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주가기준으로 지난해의 50%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고채 유통수익률마저 5%대로 떨어져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은행들이 회사채(BBB급) 매입에 나서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신금리 인하만으로는 역부족=국민은행은 15일 1년짜리 정기예금 고시금리를 종전의 연 6.8%에서 연 6.5%로 내리는 등 수신금리를 0.1∼0.5%포인트 인하했다.이에 앞서 한빛·조흥·평화·서울은행 등도 정기예금은 물론 특판상품 금리까지 최소 0.1%포인트에서 최고 0.6%포인트까지 내렸다.나머지 은행들도 이달중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예대마진 축소를 우려해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은행의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안하고 이익낼 수 없다=공적자금을 수혈받은 한빛·서울·평화 등 6개 은행들은 지난해 말 정부와 MOU를 체결하면서 분기마다 수익성 점검을 받아 실적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이에 맞출 수 있는 선까지 인력을 줄이기로 했다. 한빛은행의 경우 1인당 영업이익을 1·4분기 1억7000만원, 2·4분기 1억8000만원, 3·4분기 1억9000만원, 4·4분기 2억원 등으로 분기마다 1000만원씩 끌어올려야 한다.
한빛은행 관계자는 “대출없이 분기목표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돈이 넘치는 우량은행들 역시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는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는 기업에 대해서도 대출문턱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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