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2차 빅딜―제지]인위적 설비감축론 냉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17 05:39

수정 2014.11.07 16:34


제지업계는 그 동안 공급과잉으로 인한 과당 경쟁에 시달려왔다.여기에 세계 선진 제지사들도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발빠르게 아시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특히 세계무역기구(WTO) 협약에 의해 올해부터 종이 수입관세가 낮아지면 국내업체들은 세계적 업체들과 어깨를 겨뤄야 한다.업계 관계자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털어놓는다.제지업계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대형화, 전략적 제휴만이 살 길=한솔·신무림·신호·한국·홍원·계성제지 등 6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 인쇄용지 부문이 제지업계 구조조정의 중심에 서 있다.지난해 APP의 중국내 다강공장과 UPM 키민의 창슈공장이 쏟아낸 덤핑 물량으로 한국업체들은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국내 인쇄용지업체의 연산 규모는 250만�U. 이 가운데 내수가 130만t이므로 50%에 가까운 120만t은 수출로 해소해야만 한다.수출 경쟁력의 핵심은 원가경쟁력에 있는 만큼 업계에서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합병을 통한 대형화와 이에 따른 원가절감이 필요하다는 ‘원칙’에는 공감한다.초지기 대수가 늘어나면 원가를 10%이상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합병 또는 업체간 사업 맞교환 가능성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손을 내젓는다.1세대 또는 1.5세대 오너 체제를 갖춘 보수적인 경영 풍토에서 선뜻 나설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업계 한 관계자는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가장 이상적이나 현실성이 희박하다”고 말한다.그는 “펄프 공동구매와 판매 등 전략적 제휴의 차원을 한단계 높이는 쪽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양대업체인 한솔과 신무림의 경우 이미 이같은 제휴에 대해 깊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신호제지의 향방=워크아웃중인 신호제지가 업계 구조조정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업계에서는 생산물량의 50%이상을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업체가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그러나 이만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한솔이나 신무림 모두 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할만한 여력은 없다.따라서 신호제지의 라이너(시멘트 포대용지)지 부문과 인쇄용지 부문이 분리 매각되거나 또는 각 사업부문을 좀 더 잘게 나눠 공장별로 분할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한편으로는 매각보다는 ‘위탁경영’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신뢰 상실로 애로를 겪고 있는 신호제지를 우량기업이 위탁경영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할 경우 과거와 같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업계에서는 위탁경영을 할만한 업체로 한솔과 신무림, 한국제지 정도를 꼽고 있다.

◇수출경쟁력 강화가 절실=업계에서는 최근 대두하고 있는 인위적 설비감축론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이 보다는 수출경쟁력 확보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이다.종이소비 증가세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펄프양산으로 인한 펄프가격 안정이 예상되기 때문에 현재의 공급 과잉체제가 2002년쯤이면 거의 해소될 것으로로 예상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는 수출을 통해 내수과잉에 대응해 나갈 수 밖에 없다”며 “부실업체의 경우 위탁경영이나 분할 매각이 빨리 이뤄져야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 shkim2@fnnews.com 김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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