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자금 선순환으로 반전]올들어 기업 자금조달 7조7000억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19 05:40

수정 2014.11.07 16:30


돈이 돌기 시작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 등 ‘경제 긴급조치’까지 동원해야 했던 자금시장에 해동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물론 금융당국도 자금흐름이 선순환 궤도로 돌아서자 ‘천만다행’이라며 반색이다. 새해들어 기업들은 15일동안 은행대출과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으로 7조7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러나 아직은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자금선순환은 국고채 금리속락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열리는 대출창구=시중은행들이 그동안 꽁꽁 잠갔던 기업대출 빗장을 풀고 있다. 넘치는 자금을 국고채 매입으로만 굴리는데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 금융감독원이 국제결제은행(BIS) 규제와 부실대출 면책기준을 완화키로 하는 등 ‘햇볕정책’을 펼친 것도 호재가 되고 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리스크’(대출위험) 부담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자수익이 높은 기업대출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아래 영업점에 기업대출을 독려하는 한편 대출자금도 최소 1조3000억원에서 많게는 4조원가량 늘리고 있다.

한빛은행은 오는 2월5일까지 90여명에 불과한 기업금융전문가(RM)를 200명으로 늘리고 전국에 24개 RM센터를 개설, 무차별적 우량기업 확보에 들어간다.한빛은행 여신관리 담당자는 “기업대출시장 선점을 위해 기업섭외만 담당하는 기업금융전문가를 전국 거점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영업점의 기업대출도 독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지난해 신규대출을 중단했던 서울은행조차 올해는 2조원의 신규대출을 계획하고 있다. 조흥은행도 중소 벤처기업 자금으로 1조원가량을 증액하는 등 올 한해 동안 기업대출에 2조원 가량을 더 배정했다.국민·신한·한미·주택·외환·하나·평화은행 등 대부분의 은행들도 최소 1조3000억원에서 최대 4조원 가량 기업대출을 늘릴 계획이다.

◇고비넘긴 회사채시장=지난해 침체국면을 벗어지나지 못했던 회사채 발행시장이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고채 등에 매수세가 집중됨에 따라 지표금리와 회사채간 금리격차가 크게 확대되면서 회사채를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기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달들어 회사채 신규 발행물량은 모두 8390억원(19일 현재)으로 지난해 1월중 발행된 회사채 4740억원(보증채권 제외)보다 56.4% 증가했다.

또 회사채 수요가 늘어나면서 채권 할인율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1월 표면이율 8%에 발행이율 10.73%로 발행된 모기업 회사채(A등급)의 경우 6.93%의 할인율을 보였으나 이 기업이 이달중에 발행한 회사채(A등급)는 표면이율 7%에 발행이율 8.05%로 할인율은 2.7%를 나타냈다. 기업입장에서 금융비용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채권발행시장과 달리 유통시장은 아직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규 발행된 물량을 소화한 기관들이 잔존만기까지 보유하는 투자전략을 세우고 있어 유통시장까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CP시장에도 훈풍=실세금리 하락으로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지 못한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업어음(CP)시장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예전에는 거의 발행이 안되던 A3 등급의 CP도 잘 팔리고 있어 CP시장에서 A3등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말 15.0%에서 지난 10일 현재 19.3%까지 상승했다. A3등급으로 분류된 한화·두산·현대상선 등이 올해 자체신용으로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융기관들이 새로운 자산운용처를 찾으면서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회사채와 CP에 비중을 높이는 금융기관들의 총액한도배정을 늘려주겠다는 한은의 정책도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다”며 “현대그룹의 회사채 차환여부와 반도체시장의 회생여부가 회사채와 CP시장 회복의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살아난 주식시장=주식시장 상승기류를 타면서 기업공개·유상증자 등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도 호전되고 있다. 지난해말 504였던 종합주가지수는 19일 617로 단기에 22.4%(113포인트) 급등했다. 코스닥지수는 지난해말 대비 53.1%나 수직상승했다. 주가상승과 함께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6조575억원에서 이달 17일 8조9788억원으로 2조9213억원(48.2%) 증가하는 등 증시수급도 급격히 호전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1월 납입예정 유상증자 금액은 335억원, 오는 2∼3월은 각각 200억원, 89억원으로 19일 잠정 집계됐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증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증시호전에 따라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kssong@fnnews.com 송계신·이영규·임대환·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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