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래서야 구조개혁 되겠는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1 05:40

수정 2014.11.07 16:30


지난해 말까지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던 정부의 약속은 이미 지켜지지 않았다.물론 어느 누구도 그것이 애초부터 실현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은 없었다.다만 구조조정을 이른 시간 내에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문제는 새해로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과연 정부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걱정이다.왜냐하면 내년은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들 것이기에 현 정부가 책임지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올 한해뿐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요즈음 정부정책을 보면 금융과 기업의 부실을 근본적으로 뿌리뽑아 자생력을 키우기 보다는 임시방편적으로 위기를 넘겨 다행히 몇 개월 내에 대내외적 여건이 호전되어 문제점들이 치유되면 좋고 그렇지 않으면 자신들의 임기 중 책임을 면하고 차기 정부로 모든 문제를 넘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2차 공적자금의 투입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1차 때처럼 낭비되지 않고 효과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공적자금 청문회를 철저히 가동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고인 심문방법과 같은 사소한 당리당략적 문제로 청문회를 열지도 못하고 있다.이래서는 2차 공적자금도 투명하고 효과적인 사용을 보장받기가 어렵게 된다.

무차별적 기업지원 부실만 심화

더욱 우려되는 것은 올해 들어와 정부가 내놓은 금융관련 정책들을 보면 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을 털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 주기보다는 우선 당장 기업의 도산을 막거나 자금시장을 돌아가게 하는데 급급한 느낌이다.25조원에 이르는 산업은행의 부실기업 회사채 신속 인수방안이 전자를 위한 것이고 신용보증기금의 신용보증규모 21조원 확대가 바로 후자를 위한 것이다.

지난해에 대우사태를 겪은 정부가 현대전자를 포함한 부실기업의 도산이 몰고 올 파장을 걱정한 나머지 그리고 아무리 공적자금을 퍼부어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업의 자금난을 터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것은 이해하지만 이런 식의 무차별적인 지원은 부실기업으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해야할 인센티브를 잃게 하는 것이다.

사실상의 공적자금이나 다름없는 이러한 금융지원은 철저한 자구노력과 구조조정계획, 그리고 회생가능 여부를 바탕으로 시행돼야 한다.한빛은행 중심의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의 설립도 관련은행들의 부실을 정리하고 구조조정을 한 다음에 지주회사로 묶어야지 지금처럼 부실을 그대로 둔 채 묶는 것은 부실만 심화시킬 뿐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공적자금을 퍼부어 금융기관의 부실을 정리해주고 구조조정을 강제한다 하더라도 기업부실이 계속되는 한 은행 부실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한편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하면서도 단기적인 어려움을 모면하려고 부실기업의 연명을 위한 자금지원을 계속하고 있으니 기업구조조정은 물론 금융구조조정도 어려워지기만 한다.기업의 상시퇴출제도 등 말로만 떠들지 말고 부실기업을 제대로 분류하고 제때에 퇴출하여 살아있는 우량기업이라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올해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지방의 SOC투자를 늘리는 등의 경기부양책은 당분간 경기를 반짝 살리는 효과는 있겠지만 그 효과는 인플레와 더불어 사라질 뿐이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 의지만 퇴색시킬 것이다.지난98년의 경기부양에서 경험했듯이 한동안 반짝경기를 누리겠지만 남는 것은 악화된 부실과 경기침체일 뿐일 것이다.실업문제와 서민생활의 지나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최소한도의 경기조절 정책은 필요하겠지만 그것이 구조조정에 걸림돌이 될 정도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경기부양도 개혁의지 퇴색케해

마지막으로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동은 새해가 시작하자마자 의원꿔주기와 야당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사를 통해 정치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점이다.지난해 1년 동안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었으면 올 한해는 정치를 안정시키고 경제에 전념하도록 해야 할텐데 이런 식으로 정치를 경색시켜 국회를 식물화시키면 현재 구조조정을 위해 시급히 심의통과돼야 할 개혁법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걱정된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구조조정 정책을 내놓아도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안들을 국회에서 제때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구조조정은 물 건너 간 것이다.국회도 회사정리법, 금융건전화법, 자금세탁방지법, 재정건전화법, 기금관리법, 예산회계법 등 개혁관련 법안들이 산적해 있음을 알고 제발 정치를 하루빨리 정상화시켜 온 국민과기업 그리고 정부가 경제회생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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