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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록 특사, 재래식병력 감축안도 거론”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3 05:41

수정 2014.11.07 16:28


지난해 10월 북한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사일 문제 해결방안뿐만 아니라 재래식 병력 감축안까지 거론했다고 뉴욕타임스지 한반도 담당 논설위원을 지낸 리온 시걸 박사가 말했다.

현재 뉴욕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시걸 박사는 23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현단계에서는 재래식병력 감축문제에 앞서 우선 미사일 협상부터 마무리 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북한은 안전만 확보되면 핵은 물론 미사일까지도 포기할 용의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번 조명록특사가 워싱턴에 왔을 때 미사일에 관한 모든 현안을 꺼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재래식 병력 감축안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걸 박사는 이어 "북한은 재래식 병력 감축과 관련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경의선 철도 복원사업에 전방배치 병력을 동원할 방침을 시사한 것은 `병력감축에 따른 민간전용방식'으로서 "흥미를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현실적으로 미국이나 남한 모두 병력감축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 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에 대한 북측 입장과 관련, 시걸 박사는 "미국이 북한의 적이 아니라면 주한미군도 (북측에) 위협이 될 수 없으므로 따라서 당분간 주둔해도 좋다는 것이북측 입장"이라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미국과 적대관계의 `진정한' 종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북하지 않은 것을 미국측의 `실수'라고 보는 데 동의를 표시하고 "결과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지 않기로 한결정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무척 어렵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부시가 나서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공화당 우익인사들을 설득하지않으면 안 되게 됐다"며 "그간 공화당 인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온 부시는 아마도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부시 대통령의 새 외교팀이 `강경 보수주의자들'이라는 일부 견해에 대해 시걸박사는 "사람들이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등은 `중도우파' 내지는 `온건파 보수인사들'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위(NMD)계획 추진에 대해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는,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가지 못한 것을 두고서 부시측의 압력이 작용했다라고 하는 말들이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부시측의 압력 때문인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공화당의 우익인사들이 오랫동안 현 행정부의 대북거래에 반기를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들의 입장은 북한이 고사하도록 내버려 두자는 것이다. 또 결함투성이인 북한과의 협상결과를 실천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들이 이런 인식을 갖고 있던 터에 클린턴이 북한 방문을 추진한다고 하니까 격노한 것이다. 급기야 상하양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클린턴에게 북한 방문을 만류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가지 주목할 것은 전직 행정부 관리나 대북문제에 관한 민간외교 전문가들 어느 누구도 클린턴의 방북에 대해서 공개적인 지지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악조건의 상황에서 백악관 고위참모들은 클린턴이 응당 북한에 가야 한다고 느끼면서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결국 북한에 가지 않은 것을 실수라고 보는가.

▲그렇다. 결과적으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에 가지 않기로 한 결정은 부시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의 추진을 무척 어렵게 만들었다고 본다.

이제는 부시가 나서서 대북정책과 관련해 공화당 우익인사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그간 공화당 인사들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부시는 아마도 북한 문제를 놓고 의견충돌을 빚을 것 같다. 아시다시피 공화당 우익인사들의 일부는 NMD 즉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북한을 걸림돌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이 계획을 추진하는 명분이 바로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다. 이제 새 부시 행정부는 국가미사일방어망이라는 실제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 문제의 핵심은 중국이나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이냐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이 미사일 계획을 강행할 경우에 이는 특히 중국과 정면충돌을 감행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다.

--워성턴 외교가에서는 부시 새 외교팀 진영이 너무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냐 하는 비판도 있는데.

▲사람들이 뭔가 잘못 이해하는 것 같다.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국가미사일방어망 계획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으로 강경파가 아닌 온건파이다. 굳이 강경파 보수인사를 꼽자면 딕 체니 부통령인데 그도 보수우익과는 거리가 멀다. 체니는 온건파였던 공화당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중도우파이다. 레이건 행정부 후반기에 국가안전보좌관을 지낸 파월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온건파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그를 기용했다는 것 자체가 기존의 강경 우익노선을 수정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으니까... 앞으로 미사일 방어망 구축계획이 어떤 식으로 추진될지에 대해서 파월 국무의 판단이 큰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아다시피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지난 98년 7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라크 등 불량국의 장거리 미사일 위협을 강조한 장본인 아닌가.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이 있다는 데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북한은 지난 10년동안 고작 2번 탄도미사일을 시험했다. 한번은 93년 실험이었고또 다른 한번은 98년의 실험이었다. 그러나 일본이나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하려 한다면 두번의 실험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북한은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 미사일 실험을 중단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적대감을 해소할 수 있다면 훨씬 덜 안보의 위협을 느낄 것이다. 또 북한은 안전만 확보되게 되면 핵은 물론 미사일까지도 포기할 용의가 돼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번 북한의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에 왔을때 그는 미사일에 관한 모든 현안을꺼내놓았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재래식 병력 감축안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북한은 재래식 병력감축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나.

▲북한은 이 문제와 관련해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다. 물론 이런 비전은 미국과 남한이 호응하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가 없다. 북한은 전방에 배치된 병력을 빼서 경의선 철로 복원사업에 동원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시사한 바 있는데 이는 향후 재래식 병력감축이 실현될 경우 북한이 생각하고 있는 병력감축에 따른 민간전용방식과 관련해 흥미를 끌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미국이나 남한 모두 병력감축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이 없다는 데 있다. 한ㆍ미 양국의 입장은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좋지만 협상대상으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단계에서는 병력감축 문제를 논의하기에 앞서 우선 미사일 협상부터 마무리짓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병력감축 얘기를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주한미군의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는가.

▲이 문제에 관한 북한의 논리는 간단하다. 즉 미국이 북한의 적이라면 주한미군은 분명 북한에 위협을 제기한다. 따라서철수해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미국이 북한의 적이 아니라면 주한미군도 위협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당분간 주둔해도 좋다. 이런 식이다. 이런 입장은 최초 92년 뉴욕을 방문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편집자 주= 당시 노동당 국제부장)가 아널드 캔터 국무부 차관을 만났을 때 제시했던 것과 비슷하다.

--만약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병력감축 문제를 논의하게 되면 주요 논의의 장은 4자회담이 될 것인가.

▲북한은 미국과 중국이 포함되는 4자회담이든 중국이 빠진 3자회담이든 아니면 북한과 미국 양자회담이든 회담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하자는 입장이다. 남북간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 군사직통전화 설치가 그런 것이다. 그렇지만 직통전화 설치는 병력감축 문제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남한군 미군 그리고 북한군의 병력구조에 대한 변경여부이다. 물론 북한은 이 문제에 관한 한 중국을 뺀 3자회담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일리는 있다.
남북한이 이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을 제외한 상태에서 별 결실을 거두기가 힘들 것이다. 한때 북한은 주한미군의 철수를 염두에 두고 쌍무회담을 주장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의 진정한 종식이다.

(서울=연합뉴스)정일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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