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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클릭]주택업체의 도덕적 해이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5 05:41

수정 2014.11.07 16:27


지난해 주택업계의 부도업체 수가 11월 현재 500여개사에 달하고 이러한 상황은 올해도 계속될 조짐이다. 그런 가운데 한 민간연구기관은 지난 연말 대한주택보증의 이자 부담으로 주택업체 87.1%가 부도를 맞게 돼 어떠한 형태로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42만가구분의 아파트 건설물량이 대한주택보증의 보증을 받고 있으니 부채 탕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대략 35만가구 이상이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입주예정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자 주택사업자들은 지난 1월초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한주택보증 부채 탕감을 위한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부채탕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진단이지만 업계의 이러한 호소가 설득력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주택사업자들이 보이는 모습은 이러한 업계의 호소와 노력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일부 주택사업자 중에는 별도의 법인을 내 사업과 재산을 이전한 다음 고의부도를 내려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방법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할 수밖에 없다는 주택사업자의 항변이다. 주먹구구식 경영,비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오너 중심의 독단,제대로 된 사업성 및 수요자 분석이 없는 마구잡이식 사업추진 등으로 현재 주택시장 몰락에 일조한 주택업계가 고의부도라니 도덕적 해이의 전형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지방의 중소주택업체인 A건설은 지난 98년 부도를 냈다. 직원들은 급여를 반납하고 오너는 사재를 털어 어렵게나마 현장을 마무리했다.
마침내 예정대로 입주가 이뤄지고 주민들은 이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조촐한 잔치를 열었다. 그날 잔치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바다를 이뤘다고 한다.
고의부도를 계획하고 있는 주택업자들은 회사를 믿고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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