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부시―김대통령 정상회담 시급]김위원장 서울 답방前 햇볕정책등 조율 필요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6 05:41

수정 2014.11.07 16:26


김대중 대통령과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폴너 이사장이 긴급 제안했다. 폴너 이사장은 최근 발표한 ‘부시-김 정상회담 시급’ 제하의 보고서에서 올 봄으로 예정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 전에 두사람이 만나 의견을 조율할 것을 권고했다. 헤리티지 재단은 미 공화당의 보수주의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싱크탱크란 점에서 폴너 이사장의 권고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의 제안을 요약, 소개한다. <편집자 주>
부시 행정부는 당장 외교정책 현안으로 등장한 한·미 동맹관계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몇달 동안 남북한 간에 나타난 변화에 발맞춰 미국은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정책을 적절히 수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시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을 빨리 워싱턴으로 초청해야 한다.

50년에 걸친 적대적인 대립 관계는 지난해 6월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김 대통령은 평양을 떠나기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화해와 통일을 향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 공식협정을 맺었다.

남북 정상회담과 협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높이 평가해도 지나침이 없다. 과거 남북한 간에 이렇듯 최고위급 회담이 열린 적이 없다. 끊임없이 정상회담을 시도해 성사시킨 김 대통령의 노력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다음 단계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아직 그의 서울 방문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으나 오는 3월 또는 4월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 도래를 축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과거 북한은 이익이 될 만한 거래를 맺어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적이 많았다. 게다가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따라 배치한 100만명의 병력을 감안할 때 미국은 주한미군 3만7000여명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김 대통령은 북한과 협정을 이끌어 내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지도력을 확립하는 데 성공했다. 평양 방문으로 촉발된 대세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은 한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북한에 이익을 제공하는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상호주의 원칙을 소홀히 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대북 정책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이 원칙을 엄밀히 따져야 한다.

얼마 전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었을 때와 똑같이 중국을 방문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곧 서울 방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서울 방문 전에 한국과 미국의 정책 조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이 순서이며 이러한 실무 정상회담은 서울에서 3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이뤄져야 한다.

클린턴 행정부가 한·미·일 3국 공조체제를 유지한 것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러나 3국 공조체제를 지속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부시가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 조기에 회담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의 워싱턴 회담에서 다음과 같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첫째,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인 ‘햇볕정책’과 그 정책이 미국의 상호주의 원칙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인가.

둘째, 서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 공조체제와 관련,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셋째, 한미 양국이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루지 못한 것, 즉 북한의 재래식 군사 위협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넷째, 한국의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어떻게 최선의 방법으로 달성할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다. 한국은 지난 97년 말 아시아 금융위기에서 상당 부분 벗어났으나 아직 심각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와 국가안보가 서로 밀접하게 얽혀돌아간다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는 김 대통령이 이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시아는 장차 미국의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그러나 이 지역 평화를 흔드는 가장 심각한 위협이 태평양 연안국에 상존해 있으며, 한반도가 그 중심에 서 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과 한시라도 빨리 워싱턴 정상회담을 개최함으로써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는 일이 중요하다.

◇에드윈 폴너 이사장 약력

▲헤리티지 재단 이사장

▲런던 유럽방위전략연구소(IEDSS) 이사장

▲미 의회 ‘경제성장과 세제개혁 위원회’ 부위원장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연구원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연구원

▲‘폴리시 리뷰’ 발행인

▲런던 정경대학,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졸업
/정리= paulk@fnnews.com 곽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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