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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북한의 외교정책]북·중·러 3각동맹 구축 美 독주체제 견제 시도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6 05:41

수정 2014.11.07 16:25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론’과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론’이 적대와 애증의 갈등 속에서 교차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성대국론과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의 강성대국론이 국제정치무대에서 강하게 부딪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돌연한 중국방문에 이어,올 2월 중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3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그리고 이어서 있을 김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 및 서울 답방 예정 등 새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이해 당사국들의 정상 외교전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난 98년 9월 ‘광명성 1호’의 발사와 더불어 한반도 문제가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을 당시 북한의 ‘강성대국론’은 사상과 정치,군사,그리고 다음으로 경제강국을 내세웠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자본의 논리에 의한,경제의 논리에 의한 경제의 강성대국이 아니라,여전히 혁명의 논리에 기반을 둔 사상과 정치 그리고 전쟁의 논리에 기반을 둔 군사 강성대국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오늘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강성대국론의 방향은 그 우선 순위에 있어서 경제적인 측면이 다른 요인들보다 우선적으로 중요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김국방위원장은 올해에 들어서면서부터 “기존관념에 사로잡혀 지난 시기의 낡고 뒤떨어진 것을 붙들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없애 버릴 것은 없애야 한다”며 “현시대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이므로 “끊임 없이 진전하는 현시대의 요구에 맞게 경제를 추켜세우고 발전시키자면 대담하게 공업을 최신설비와 기술로 장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그가 중국의 대표적 개혁개방 도시인 상하이를 전격 집중 시찰한 다음 “천지개벽”이라고 평가함으로써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노선에 따른 경제특구를 도입할 것이라는 추측까지를 낳게 하였다.

그러나 한편 이번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서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 안될 것은 그가 장쩌민 주석과의 회담에서 미국의 새로운 강성대국을 주장하는 부시 대통령의 국가미사일방어(NMD) 및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추진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의 공감대를 확실히 함으로써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에 신냉전의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미국의 새 행정부는 NMD와 TMD체제의 구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천명함으로써 탈냉전 후 국제무대에서 형성된 자국의 유일패권체계를 보다 더 확실히 굳히겠다는 의사를 줄곧 밝히고 있다. 동시에 부시 신정권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 아래,포용정책은 어디까지나 상호주의나 현실주의에 입각할 것이며,남한을 향해 배치된 재래식·비재래식 군사적 위협이 모두 제거되어야만 북한을 지원한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중국 방문에 이어 패권에 의한 미국의 1극 체제 독주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모스크바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일이지만 만일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아주 가까운 시일내에 모스크바를 방문한다면 여러가지 각론적인 정치·경제·군사·안보적 문제들이 논의되겠지만,무엇보다도 부시 미국 새행정부의 출범에 따라 북·중·러 3각 동맹체제를 확고히 과시함과 동시에 상대적으로 갈등의 관계속에서 약간의 틈이 있어 보이는 한·미·일 3각체제에 대항하고 이들로부터 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강성대국론을 내세우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때에 우리 정부는 일방적인 햇볕론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보다 더 현실적으로 냉철한 시국 판단에 임하여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북·미간에만 안보와 평화문제가 논의될 것을 우려해 만들어진 4자회담에 이제는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남북대화가 이뤄지고 있으며,이에대해 북이 더 이상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고,미국도 별다른 관심이 없으며,러시아는 부정적이다.

/기연수 외국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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