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금시장,회생하는가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28 05:42

수정 2014.11.07 16:24


얼어붙었던 자금시장이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 같다.지난 달까지 만해도 회사채 시장에서 최우량 대기업 이외에는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했다.신규발행은 커녕 만기가 돌아오는 중견기업의 회사채 차환발행도 어려웠다.사정은 기업어음(CP) 시장도 마찬가지였다.은행도 신규대출을 늘리기보다 기업여신을 회수하기 바빴다.주식시장도 얼어붙어서 주가지수가 500선까지 떨어졌었다.

극심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은 부도대란에 직면했다.기업의 부도가 확산될 경우 금융부실로 연결되어 금융위기가 재발될 우려도 적지 않았다.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우선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급속히 침체하는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자금시장대책 및 제한적 경기부양책을 마련했다.예산의 조기집행, 2차 공적자금 50조원의 투입결정 등과 함께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비우량 기업의 회사채를 신속 인수토록 해서 회사채 시장의 숨통을 틔웠다.
기업의 펀더멘털 개선된 것 없다

신용보증기관의 보증한도도 지난해보다 무려 21조원이나 대폭 늘려서 은행의 기업대출을 유도했다.이러한 전방위 비상조치에 힘입어 그동안 은행예금, 국공채 및 최우량 기업으로만 몰리던 자금이 점차 회사채 및 비우량 기업으로도 흘러들게 되었다.자금시장에서 돈이 돌기시작한 것은 다행이다.그 동안 자금이 안전한 국공채로만 몰려서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자 연·기금, 투신, 은행 등의 여유자금이 회사채 및 CP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시간이 지나고 정부의 긴급조치로 위험이 완화되자 자금시장이 조금씩 소생하는 것 같다.

회사채 시장에서 신용등급이 BBB인 회사채도 새해 들어 5000억원 이상 만기연장이 되었다.은행도 그 동안 늘어난 예금을 주체하기 어렵고 마땅한 투자 대상도 없어 기업여신을 올해 들어서 2조5000억원이나 늘렸다.이에 따라 일부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간에 대출 선점을 위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때마침 주가도 급등세를 보여 거래소는 25%, 코스닥은 50%나 올랐다.

그러나 이같은 자금시장 동향이 긴급조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아니면 자금시장의 선순환을 통한 장기적 정상화 조짐인지는 분명치 않다.일부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자금할당을 통해서 민간의 신용위험을 일정기간 정부로 이전하는 것일 뿐 금융시장 및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 등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은 없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의 긴급 조치가 궁여지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시장기능을 보완하기보다 지나치게 위축시키는 후유증을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따라서 이번 조치의 약발이 떨어지면 자금시장이 조만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우려도 적지 않다.실제로 금융·기업구조 조정도 마무리 되지 않았고 효과적인 공적자금 투입이나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도 갈길이 멀기만 하다.

무엇보다 기업, 금융구조조정의 핵심은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다.지난 3년동안 기업의 부채비율을 상당히 낮췄고 금융기관도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어느 정도 높인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국제기준에는 미흡하다.게다가 이번 조치로 빚 많은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들이 자구노력은 게을리하고 버티면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 선(先) 구조조정, 후(後) 경기부양을 주장하는 것도 정부가 실시하는 ‘제한적’ 경기부양책이 기업의 부채감소 의지를 약화시키고 부실 은행의 공적자금 낭비를 부추기는 게 아닌가 우려하기 때문이다.
약발 떨어지면 더 어려워 질 수도

따라서 이번에 자금시장이 풀리는 것을 계기로 기업 및 금융기관의 부채를 감축하고 구조조정을 더욱 철저히해서 자금시장의 정상화를 이룩하도록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기업은 채무상환 능력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고 자산매각 등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매출 증가와 채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행여나 빚을 잔뜩지고 버티면 결국 살려주지 않겠느냐든지 정부말만 믿고 빚을 갚은 기업만 손해를 보았다는 인식이 생겨서는 안된다.

금융기관도 대출심사 기능을 강화하고 책임있는 금융중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부실하면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메워준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방만한 경영을 해서는 안된다.정부도 제한적인 부양조치이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긴급조치이건 지나친 시장개입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특히 자금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이상으로 부실기업들을 모두 구제하고 또 다시 기업부채를 늘리며 금융기관들로 하여금 무작정 여신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서는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시장경제의 발전을 강조하는 국민의 정부가 개혁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면서 시장기능을 오히려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용해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정부는 언제까지 시장을 대신해서 자금중개를 떠맡을 것인가.정부의 자금중개가 과연 효율적으로 지속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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