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낙관적 경기진단 우려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1.31 05:43

수정 2014.11.07 16:20


우리 경제는 과연 바닥을 쳤는가. 경기회복의 시기를 둘러싸고 정부당국과 민간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경기가 이미 저점을 통과하고 회복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증권시장의 일시적 활황세와 자금경색의 완화현상이다. 재경부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에는 회복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비해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원을 비롯한 민간연구소들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회복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착시현상에 불과할 뿐 구조조정의 지연과 회사채 신속 인수방안과 같은 일관성 없는 시책으로 인한 신뢰성 추락으로 오히려 하반기에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관에 따라 경기진단과 전망이 서로 다른 것은 그것이 순수한 연구의 결과인한 탓할 일이 못된다. 문제는 그만큼 경기를 전망하는데 불확실한 요소가 많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부정확한 진단으로 내린 처방이 가져올 부정적인 해악이 크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내린 낙관적 판단의 전제도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불투명한 것들이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하반기에 나타나고 제한적 경기조절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미국경기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전제에 적지않은 의문이 따르는 것이다. 경기조절이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있으며 미국경기역시 경착륙의 징조를 보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어제오늘 사이에 국내외 여건은 낙관을 불허하는 요인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의 산업활동은 투자·생산·소비 등 각부문에서 경기가 줄곧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추계를 당초보다 하향 조정하고 있는 것도 예사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경기급락의 여파로 1주일새 10만명을 감원했다. 낙관적인 판단을 전제로 한 경제시책에 의문을 던지는 사태발전이 된 셈이다.
섣불리 외환위기에서 졸업했다하여 낭비심리만을 부채질한 전철을 밟는 일이 다시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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