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동아건설 ´분식회계´ 고백한 까닭은]´계속기업 가치´ 높여 파산 면하기


동아건설이 수천억원의 분식회계를 자진고백한 속내는 무엇일까. 특별감리, 검찰고발 등 후유증을 모를 리 없는 동아건설이 스스로 분식회계 치부를 드러낸 배경을 싸고 궁금점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통상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날 경우 기업의 순이익이 줄어들어 회사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회사에 불리한 사실을 털어놓은 동아건설의 속셈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다.

회계업계에서는 파산위기에 몰린 동아건설이 시간을 벌기위해 벼랑끝 물귀신 작전을 펼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재실사를 통해 법원의 결정을 뒤집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법원은 파산여부 결정을 다음달 15일로 연기해 동아건설의 시간끌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파산결정 자체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회계업계의 시각이다.

◇기업가치 높이기=기업의 파산여부는 통상 청산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비교해 이뤄진다.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을 경우 법원은 청산을 결정한다.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서 동아건설은 청산가치(1조6693억원)가 계속기업가치(1조4750억원)보다 1943억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건설의 분식회계 자진고백은 따라서 청산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재조정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에 밝힌 지난 88∼97년까지의 분식은 이미 지난 98년 결산에서 반영돼 있다. 당시 동아건설과 감사인인 안건회계법인은 리비아 공사 미수금 등 10년 동안 과대계상된 매출채권을 전기수정손익 항목에 한꺼번에 반영했다. 당시 해외분 5200억원을 합쳐 총 7140억원을 손실처리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이번 실사는 98년 조정분을 이뤄졌기 때문에 재실사를 해도 청산가치가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동아건설의 계속기업 가치는 재조정될 여지가 있다. 즉 매출채권 중 전체 부실금액은 이미 지난 98년에 제거됐지만 채권회수 구조는 과거 분식회계 당시의 열악한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실을 제거한 상태의 매출채권 구조를 가지고 계속기업 가치를 재산정하면 채권회수기간이 단축되고 이에 따라 금융비용이 줄어들어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또 공사진척도를 과대계상해 미리 매출과 순이익으로 잡은 부분을 실질 공사진행도에 따라 다시 계상하면 향후 수익과 현금흐름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건설은 이렇게해서 재산정된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웃돌게 되면 파산을 면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안건회계법인 고위관계자는 “장기건설산업의 회계처리 특성상 채권회수기간을 추정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동아건설측은 채권회수 기간을 단축시켜 계속기업 가치를 높이려 스스로 분식을 털어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 경영진은 무죄=현재 경영진은 과거의 분식회계와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도 자진고백의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분식회계 사실 탄로에 따라 금융감독원 조사 및 검찰고발이 이뤄지더라도 현 경영진은 피해볼 게 없다. 지난 98년 고병우 사장이 취임하면서 회계담당자는 완전히 물갈이 됐다. 과거의 치부를 드러내 당시 경영진에 큰 타격을 주더라도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벼랑끝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또 청산자체를 여론화시켜 사태를 뒤바뀌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동아건설의 계산대로 회사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지는 비관적인 분석이 우세하다. 삼일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차이가 2000억원대에 달해 설사 재실사한다해도 결과가 달라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원 주변에서도 시간의 유예일 뿐 결과가 달라지지는 힘들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청산가치란=기업을 당장 청산한다고 가정할 경우 부채를 빼고 남은 자산가치를 말한다. 이 때 자산처분가격은 장부가나 매입가격이 아닌 현재 시장에서 내다팔 경우 받게 되는 가격이다.

◇계속기업 가치란=기업이 존속한다고 가정하고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현금흐름과 미래수익과 부채를 비교해 산정한 가격을 말한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