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용평가시장 개편의 전제조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13 05:46

수정 2014.11.07 16:04


신용평가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은 평가시장 전면 개편에 나섰다. 우선 올 상반기 중에 신규 참여를 허용해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잘못된 신용평가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5년에 도입된 신용평가 제도는 그동안 본래의 기능과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 채 일종의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데 안주해 온 것이 현실이며 그 결과 신뢰성에 많은 문제가 제기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한 BBB등금 회사채 유통이 신용등급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반영한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의 회사채 인수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적자만을 보고 기업의 신용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는 금융당국의 불만에서도 평가기관의 안일성과 요식성을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비단 신용평가 기관의 능력과 도덕성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장개편에 나선 금융당국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평가기관의 신용평가 수준이 낙후되었다는 것은 신용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그만큼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신용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여전히 ‘보증’과 ‘담보’에 의존하고 있는 금융관행이 그렇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의 분식결산 풍토 역시 신용평가와 신용의 비중을 떨어뜨리는 요인의 하나다. 적어도 이러한 관행의 시정이나 개선 없이 신용평가 시장을 개편한다면 그 효율성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또 경쟁강화를 위한 문호 개방에 따라 신규로 참여 할 업체 선정에도 신중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일정기간 회사채 등을 평가 하도록 해 그 결과를 보고 신규참여 허용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업종 특성상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도덕성과 투명성이 요구되는 것이 신용평가업 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회사채 단수평가제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현재의 복수평가제가 회사채 발행 기업에 비용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평가제는 신용평가 기법의 선진화와 다양화, 그리고 경쟁체제 도입을 골자로 한 시장개편 방향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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