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국고채 금리 급락…채권시장 투기장화]˝불황지속˝ 안전투자처 대이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13 05:46

수정 2014.11.07 16:03


3년만기 국고채 금리 급락으로 장기채권 금리가 단기채권보다 더 낮아지는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가운데 채권시장에 투기장화 조짐마저 일고 있다.국고채 지표금리가 국내 금융사상 최초로 연 4%대 진입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장기 국고채의 경우 일부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사재기 현상’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이는 경기침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12일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이 1년물보다 0.21%포인트나 낮은 연 5.0%를 기록한 데 이어 13일 에도 초저금리기조가 이어졌다.이는 하루짜리 콜금리와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상환불능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채권 수익률 곡선은 끝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모양을 갖는다.그러나 최근에는 만기 3년이상의 국고채와 일부 우량 회사채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수익률 곡선이 비정상적 형태를 띠고 있다.이는 경기둔화를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낮더라도 안전자산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다만 국고채 1년물의 경우에는 유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이어서 수익률 하락폭이 비교적 작다.강형문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시중에 유동성은 풍부한데 경기둔화 전망이 더 확산되고 있어 갈 곳 없는 돈이 국고채에만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13일 1조5000억원어치의 통안채를 발행해 시중 유동성을 일부 회수했다.이같은 발행규모는 통상적인 범위내에서 약간 큰 편에 속한다.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3년물의 유통수익률이 연 4.5%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4%대 진입을 눈앞에 두면서 조정양상을 보이고 있다.국채강세가 갈데까지 갔다는 경계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를 매입하는 세력은 매입직후 일정한 이익이 발생하면 곧바로 매도해 차익을 챙기는 형태의 단기매매 빈도를 늘려가고 있다.일종의 투기조짐인 셈이다.


일방적인 국고채 랠리가 회사채 시장의 소생으로 전환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국고채 3년물과 AA-등급 3년만기 회사채의 유통수익률 차이는 12일 1.58%포인트로 지난달 17일 1.94%포인트에 비해 0.36%포인트 좁혀졌다.우량물 뿐만 아니라 BBB+와 BBB등급 채권도 유통조건이 크게 개선돼 국고채 강세가 자금의 선순환을 촉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강 부총재보는 “국고채 강세가 이어지다가 채권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통해 회사채로도 매입여력이 몰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역전현상은 미국에서도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지난해 내내 30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10년물 뿐만 아니라 2년물, 5년물 보다도 낮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했다.지난해 미국의 금리 역전현상은 경기 둔화 전망보다는 채권별 수급에 따른 것이어서 배경은 최근의 한국과 차이가 있으나 이는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전망과 관계돼 있다.

지난해 미국 재무부는 재정흑자에서 발생한 투자력으로 부채감축 차원에서 30년만기 채권의 상환에 나섰다.이에 대해 전세계 투자자들은 최대 안전자산인 미국국채의 장기물이 희귀해 질 것으로 보고 30년물 뿐만 아니라 10년물을 매집해 들였다.전세계 경제의 경착륙 논쟁이 확산되면서 미국 장기채권 수요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었던 것.

국제금융센터의 김동완 부장은 “미국의 기간별 금리가 역전된 것은 경기침체가 예고된데다 미국 정부의 채무상환이 결합해 만든 현상”이라고 말했다.박효준 신한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미국채 10년물 보다도 낮은 것”이라며 “이런 비정상적 저금리상태가 좁은 문으로만 뛰어드는 기관투자가들의 안일한 자산운용때문인지 국내 경기의 불황조짐에서 기인한 것인지는 좀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kschang@fnnews.com 장경순·강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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