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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맥주 종주국 위상 흔들리나…


종주국을 자처하는 독일의 맥주 시장을 외국 경쟁사들이 넘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최근 세계 3위의 맥주업체인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독일최대 규모의 맥주업체를 보유한 쇼르크후버의 지분 1%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하이네켄이 협상 중인 지분이 비록 1%에 불과하지만 ‘감히’ 독일 시장을 넘보고 있다는 점에서 1277개사에 달하는 독일 맥주업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독일 맥주산업은 지역별로 특색있는 맥주를 생산하는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시장을 분할, 장악해 왔다. 마치 과거 한국에서 술도가가 곳곳에 퍼져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1위 생산업체인 북부지역의 저먼 홀스텐 그룹만이 현재 독일 맥주시장의 11%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하이네켄이나 오스트리아의 포스터가 각각 자국 시장에서 50%이상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 것과 좋은 대조를 보인다.

그러나 타임스지는 배타적인 독일 맥주산업이 소비 감소와 생산업체들의 난립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머지않아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9년 독일의 맥주 소비량은 104억6290만ℓ에 그쳐 지난 95년의 110억9990만ℓ에 비해 오히려 5.73%나 줄었다. 또 1300개에 육박하는 생산업체들이 과다경쟁을 벌이면서 마케팅과 원재료비 비용이 뛴 결과 마진율은 평균 1%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독일 맥주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업체와의 합병이나 제휴밖에는 길이 없을 것이라고 타임스지는 내다봤다.

그러나 독일 시장이 순순히 열릴 것으로 봤다간 큰 오산이다. 현재 외국 업체의 점유율은 모두 합쳐 3%를 밑돈다. 하이네켄은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독일 시장의 문을 두들겨 왔으나 끝내 철옹성같은 벽을 뚫지 못했다. 전세계 140여개국에 진출해 연간 75억ℓ 이상의 맥주를 생산하는 하이네켄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다.

더치뱅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상당수 독일 맥주업체들이 가족 중심으로 배타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하이네켄이 만족스러운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대적인 인수보다는 우호적인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충고했다.

외국 업체들이 갖은 텃세에 시달리면서도 독일 시장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독일은 맥주산업의 요람이기 때문에 독일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 개선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