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담보있어도 딱지 예사…넘쳐나는 은행돈 서민엔 ´그림의 떡´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21 05:49

수정 2014.11.07 15:54


“은행권에 돈이 넘쳐난다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 서민들한테는 그림의 떡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씨. 그는 요즘 은행들이 금리까지 내려가며 앞다퉈 대출세일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허탈감에 빠지곤 한다. 그는 최근 급전이 필요해 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뒤 상가를 담보로 돈을 꿔보려고도 했지만 ‘담보위험이 많다’며 외면,또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중소기업을 하는 김모씨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담보없이 은행돈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며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의 대출문턱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게 김씨의 하소연이다.

최근 은행권에 돈이 넘쳐나면서 대출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외견상 대출 길이 크게 확대되고는 있지만 담보가 없는 영세기업이나 서민들은 은행 돈 쓰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은행들이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상대적으로 대출 위험이 큰 중소기업이나 서민 대출은 기피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보다 안정된 자산운용만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권 총수신은 지난해 7월 384조449억원에서 12월말엔 415조3829억원으로 37조3989억원이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도 1월에만 4000억원 가량이 증가했다.

이처럼 돈이 몰리자 올들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대출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가계대출 강화에 나서는 한편 기업대출도 한빛 2조원, 조흥 2조∼3조원, 외환 1조4000억원, 국민 4조원, 주택 1조1000억원 등 20조원 이상 증액했다.

그런데도 무주택 서민들이나 영세기업들은 돈을 빌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들에겐 대출가산금리가 더 높아지고 있고 그나마 선뜻 돈을 내주려 하는 곳도 없다.


서울에 사는 이 모씨(38)는 최근 생계형 창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 A은행에 상가담보 대출을 신청했다가 중도에 포기했다.은행측이 상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경우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위험가중치가 높아 1.5%포인트 이상 높은 연 9.75%의 대출금리를 요구한데다 준비해야 할 서류도 훨씬 많았기 때문.그러나 이씨가 대출을 포기한 직접적인 이유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서 제출 요구 때문이었다.이씨는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은행측이 다시 보증서를 요구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지방에서 사출·성형 등 프레스 사업을 하는 윤 모사장(여·36)도 최근 수출물량 증가에 따른 공장부지 확충을 위해 은행측에 2억원을 신청했다가 보기좋게 ‘딱지’를 맞았다.윤 사장은 “은행측이 담보대출만 고집해 대출을 포기했다”며 “현재 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윤 사장은 “자신처럼 은행대출을 포기하고 정책자금을 신청하는 기업인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또한 경쟁률이 높아 자금을 지원받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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