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전략국가를 세우자―열강각축 속의 한반도경제②]´평화와 번영´ 동반 강화해야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27 05:50

수정 2014.11.07 15:48


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미국은 우리에게 있어 여러 가지다.

19세기 말인 구한말 미국 선교사들이 기독교 포교와 근대문명 전파를 목적으로 이땅에 옴으로써 처음 접촉이 이루어진 이래 한미간의 관계는 한국 근대사를 쓰는데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하 독립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으로 영향을 받았고 해방후 일시적으로 미군의 지배하에 있었는가 하면 한국동란시 전선을 지키는 혈맹의 관계로 발전했고 그 이후 정치·안보·경제·문화 각 분야에서 간단없이 우리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다.

120여년이 넘는 양국 관계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해방직후 한반도가 양분되는 과정에서 미국측 구상이 과연 ‘최적해’(最適解)였는가에 대한 논란은 ‘현실적 제약’이라고 미국측이 주장했던 요인의 역사적 평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한국동란시 우리측의 전력이 월등히 우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진을 유보하고 휴전으로 종결지음으로써 한반도 분단을 고착화시켜버린 미국측 결정이 과연 불가피했던 것인가 하는 질문은 역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꾸준히 제기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의 변화에 따라 전개돼 왔던 양국간의 외교·안보적 관계는 명암이 엇갈린다. 그러나 정치·경제적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은 대한민국의 발전사에 있어 결정적이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의 틀을 이땅에 도입해 뿌리내리게 한 것은 미국이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등이 실종된 국가에 이를 전파하는 것이 미국의 건국이념이며 일제로부터 해방된 한국에 이를 적극적으로 실행한 것이다.

지난 1960년대 초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래 계속되는 인권탄압, 민주주의 굴곡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발한 국가가 또한 미국이다. 경제면에서도 물론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었기도 하지만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민생의 기본이념으로 삼은 데에도 미국의 영향이 컸다. 경제부흥을 돕기 위해 ‘유솜’이라는 기구를 설립했고 금융질서를 구축키 위해 ‘네이던’ 보고서를 내어놓은 것도 미국 정부였다. 또한 국가발전에 필요한 엘리트 양성을 위해 미국은 각종 기금과 원조 프로그램을 통해 수많은 고급인력을 데려다 교육시켰다.

특히 한국의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0년대 초, 수출주도형 발전방향을 택한 우리나라에 가장 큰 시장을 제공한 나라가 미국이다. 지난 61년 대미수출은 68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67년에는 1억 달러, 72년에는 7억달러를 초과했다. 이때의 대미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52%에 이를 정도였다. 최근에는 그 비중이 20%선으로 떨어졌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도 우리의 가장 큰 시장이고 무역 뿐만 아니라 투자면에 있어서도 한미간의 관계는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긴밀하다.

한미간의 관계는 이상의 양자간 관계에서 보다도 동북아에 있어 중·일·러를 포함한 다자간 안보유지와 경제협력 측면에서 더욱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지금은 냉전이 끝나고 새로운 힘의 균형을 모색하는 시대로 접어들었거니와 동북아 지역에서 급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다루는 일과 보수쪽으로 회귀하고 있는 일본을 견제하는 일, 그리고 아직도 태평양 연안에서 영향력을 행사코자 하는 러시아, 동북아 지역안보에서 뇌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북한 등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이 지역에서 한미 양국의 공조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선 이러한 동북아에서의 여건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가는 아주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한반도 평화와 지역적 안정이라는 명분을 위해 한국이 4자간(한·미·중·북)협력 혹은 6자간(한·미·중·북·일·러) 대화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공조체제를 더욱 튼튼히 다지는 것이 선결조건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부시 행정부가 등장한 이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있어 어떤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라는 예측이 있다. 특히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과 라이스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 등의 대북관이 전 정부에 비해 강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들의 정책방향이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한국측의 햇볕정책과 어느정도 조율되느냐 하는 것이 향후 양국 안보책임자들간의 큰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가정할 수 있는 대전제는 우리의 정책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꾸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한 우리측의 기존 정책에 반대하고 나설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미국은 그들이 추구하는 민주·인권·개방·자유라는 보편적 자치가 북한에 이식(移植)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또한 우리가 추구하는 바다.

/유장희 이대국제대학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