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입업체들이 국내 석유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면서 석유유통시장에서 대격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5개 정유업체가 과점해온 석유 유통시장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시장 잠식 가속화=11일 한국석유공사가 분석한 ‘2000년 석유수입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석유수입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은 2.5배 급증했고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99년 0.54%에서 지난해 1.42%로 높아졌다. 수치상으로는 아직 낮지만 1년 사이에 시장점유율이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은 수입업체들이 사실상 과점체제인 석유시장을 본격적으로 흔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내 석유소비량이 둔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석유수입 업체들의 매출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수입업체들이 시장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특히 소매단계인 주유소를 중심으로 영업을 해오던 석유수입업체들은 지난해 일반판매소 대리점 수입사 직매처 등으로 유통망을 다양화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다. 이들은 휘발유의 경우 지난 99년에 주유소를 통해 96.9%를 팔았으나 지난해에는 주유소 71.0%, 대리점 23.5%, 일반판매소 5.3%로 판매망을 다양화했다.
◇시장 경쟁체제 본격화=석유 수입업체들은 수출입 업체의 등록제 전환 및 가격자유화 허용 등 기존 업체들이 담합행위를 할 수 없도록 석유산업자유화조치가 실시된 지난 98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98년 당시 2개사에 불과했던 석유수입업체는 99년에 6개사, 지난해 12개사가 추가로 등록해 현재 20개사로 늘어났다. 그러나 등록만 하고 아직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수입업체가 6개사고 쌍용 ㈜동특 등 주유소망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들이 자사 브랜드 영업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석유공사가 주도적으로 설립하고 수입석유회사들이 참여한 석유제품 전문 기업간기업간 전자상거래(B2B) 사이트 ‘오일펙스’가 오는 12일부터 실제 거래에 들어감에 따라 석유 유통시장에 대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수입업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복수 폴사인제(주유소가 2개 이상의 상표를 표시)가 조만간 허용될 경우 기름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 수입업체들이 유통망을 다변화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으로 정유시장을 침투하고 있고 전자상거래와 복수 폴사인제 등으로 시장여건이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5개 정유업체가 과점해온 석유 유통시장이 실질적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쟁체제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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