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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교역전쟁] 협상 어떻게 진행돼왔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03 06:08

수정 2014.11.07 14:39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WTO 농산물협상을 알기 위해서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부터 이해해야 한다.WTO농산물협상은 UR협상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1948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과 함께 전후 경제체제의 한 축을 형성하며 발족한 게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이다.무역에 관한 국제규범을 정립하고 다자무역협상을 통해 무역 자유화를 추구한다는 게 취지.이후 모두 8차례의 다자간 무역협상을 가졌는데 8차협상이 바로 UR협상이다.

이 협상에서 농산물 무역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가 처음으로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종전 농업은 농촌사회의 유지, 자연환경 보존, 식량 안보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산업이라는 이유로 자유무역 대상취급대상이 아니었다.그러나 70년대 중반부터 선진국은 지나친 가격지지와 높은 무역장벽으로 농산물 교역을 심각하게 왜곡시켰다.이같은 과잉 농업보호정책은 결국 농산물을 다자무역협상의 테이블로 끌어 내고 말았다.

◇농업교역 ‘과잉보호’가 시발=UR협상은 86년 9월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에서 시작, 94년 4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최총 타결돼 95년 1월부터 발효됐다.이 협상은 농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를 장기적으로 상당 수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다.국내보조, 무역장벽, 수출보조 등 지원과 보호정책이 그 대상이다.

정부가 농업분야에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을 허용보조금과 감축보조금으로 나눠 감축보조금은 총액을 2000년까지 20%(개발도상국은 2004년까지 13.3%) 감축키로 하는 한편 모든 수입수량제한을 철폐해 관세로 전환하는 등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협상후 맺어진 WTO농업협정 제20조는 ‘2000년 1월 1일부터 농업개혁을 위한 추가협상을 개시한다’고 못박았다.농산물이 다자무역협상에서 처음 다뤄진 만큼 아직도 보호수준이 높기 때문에 추가손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이렇게 시작된 게 WTO농산물 협상이다.

◇무역장벽 낮춰라-다원기능 살려야 ‘팽팽’=99년 11월 시에틀에서 열린 제3차 WTO각료회의는 실패로 끝났다.WTO회원국들은 뉴라운드출범을 시도했지만 각 국 NGO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수포로 돌아갔다.대신 농산물은 UR협상 결과에 따라 협상이 시작됐다.

WTO에는 지난 1년간 47개국 회원국 제안서와 27개 사무국 배경문서가 제출됐다.제안내용이 소개되고 토론이 진행되면서 협상쟁점이 윤곽을 드러냈고, 수출국과 수입국간 팽팽한 입장대립이 그대로 표출됐다.농림부에 따르면 농산물 교역자유화를 주장하는 농산물 수출국 그룹인 케언즈(Cairns)그룹은 ‘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은 수준으로 무역장벽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 유럽연합(EU), 스위스, 노르웨이 등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살려 나가며 농업개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다원적 기능이란 농업이 식량공급외에 환경보전, 식량안보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는 논리다.우리나라와 일본은 식량안보를 주된 다원적 기능으로 여기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UR농산물협상이 식량순수입국과 개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면서 “WTO농산물협상은 농산물외에 다른 분야도 포함한 뉴라운드의 일환으로 신축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 lmj@fnnews.com 이민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