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카드사 신규진출 허용] 은행 ‘제2짝짓기’촉발 전망

차상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03 06:08

수정 2014.11.07 14:38


정부가 3일 내놓은 신용카드업 개선방안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신규시장진입 허용이다.엄격한 허가기준을 적용해 신규진입이 쉽지 않도록 함으로써 카드업계의 과당경쟁이나 카드사들의 부실화를 막는데 주안점을 두면서도 카드사 신설의 길만은 터 주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다. 이같은 정책변화의 파장은 엄청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허가요건을 아주 까다롭게 했기 때문에 신용카드시장 진출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현대,SK,롯데 등의 카드사 신규설립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얼마전까지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막아왔던 정부가 전격적으로 카드업 신규진출을 허용한 배경에는 누군가에게 상대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 뿐아니다. 신용카드 신규진입 허용은 은행 구조조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외환은행등의 카드사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진입이 허용된 이상 막대한 웃돈을 얹어주고 카드사를 인수할 수요자가 있겠느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경우에 따라선 이번 신용카드 시장 개방이 은행 추가 짝짓기를 촉발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대기업 시장진입 가능할까=정부는 지난 89년 이후 신용카드시장 신규진입을 사실상 봉쇄해왔다.이같은 시장진입장벽으로 매년 기존 7개 신용카드사들만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내왔다.은행계 신용카드사들도 모회사인 은행의 부실에는 아랑곳없이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대기업들은 물론 금융기관들이 이같은 노다지에 눈독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일.금감위는 은행의 경우 시장진입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밝혀 카드자회사 설립이란 숙원이 대거 해소될 전망이다.

대기업중에서는 현대,SK,롯데 등이 백화점카드와 주유소 카드 등을 통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그러나 이날 발표된 허가기준과 여타 부수 조건을 볼 때 이들의 시장진입은 단시일내에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현대의 경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현대생명에 대한 책임문제가 있는 데다 증자불이행건도 아킬레스건이다.

SK의 경우 공정거래법상 출자제한 문제, 할부금융이 있는 롯데는 소매금융을 영위하는 적정한 금융기관이 없다는 점 등이 제약요인이다.
그러나 정부의 허가기준에 가장 근접한 회사는 롯데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추측이다.그러나 이들 대기업은 어떻게든 요건을 충족,카드시장 진출을 꾀할 것을 보인다.

◇신용카드시장 매력 저하=허가기준이 대폭 강화되고 시장참여자도 많아지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매력은 상당히 떨어질 전망이다.

설립시 최저자본금이 현행 200억원에서 800억원으로 늘었고 점포와 금융거래고객을 각각 30개,15만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주요 출자자는 부실금융기관 경영책임이 없어야 하고 자기자본으로 출자해야 하며 부채비율이 200% 이내여야 한다.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용이한 조건이지만 기업들은 쉽지 않다.여기에 매출의 66%를 차지하고 업무수익의 58%를 차지하는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비중을 결제서비스금액 수준으로 낮춰야 해 수익구조도 악화될 것이다.

시장진입 허용으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쪽은 현재 매각작업중인 동양카드나 외환카드로 매각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어 모회사 구조조정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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