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내제약사 사업다각화로 ‘공격경영’

임호섭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04 06:09

수정 2014.11.07 14:38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진에 위기를 느낀 국내 제약사들이 반격에 나섰다.

차별화된 제품 개발, 약국 영업 조직 재편, 건강식품 사업 강화 등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췄다.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약을 중심으로 한 전문의약품(ET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국적 제약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전체 처방중 오리지널약(고가약) 처방비율은 의약분업 직전인 지난해 5월 42.9%였으나 분업 이후에는 60%선까지 증가해 시장의 주력이 카피약 등 일반 의약품에서 전문 의약품으로 바뀌었다.전문의약품 시장중 3분의2를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제약사들은 외국 제약사들보다 탄탄한 영업망을 약국영업에 집중해 일반의약품(OTC)이나 건강식품 분야의 매출을 늘리고 신약개발 투자 여건 마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전문영업사원 영입과 마케팅 채널을 다양화한 일동제약은 올여름에 식후 혈당개선 효과가 뛰어난 당뇨병 치료제 ‘팍스티정’과 임산부에게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1회 요법의 요로감염증 치료제 ‘모누률산’, 속효성 경구용 진통제 ’캐롤에프정’을 잇따라 출시, 시장장악에 나선다.


한미약품은 수익구조가 취약한 식품사업부를 계열사인 (주)한미에 이관하고 영업본부에 의약부와 영업부를 신설했다. 먹는 무좀약인 ‘이스트라정’(5월 시판)을 비롯한 20여개의 신제품을 올해안에 내놓는다. 지난달 16일 일본 유수 제약사인 산쿄와 국내 독점계약을 맺은 카바페넴계 항생제인 ‘카르베닌’을 100억원대의 주력 품목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국내 제약사중 ETC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동아제약은 OTC와 ETC품목의 균형을 유지하되 톱브랜드 육성에 중점을 둔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ETC분야에서는 치매치료제 ‘니세틸’ 등 4종을 집중 육성한다.이 회사 김정한 영업기획팀장은 “OTC품목과 ETC 품목이 모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품질경쟁으로 다국적 제약사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중외제약은 올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신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항진균제 ‘히트라졸정’를 발매한데 이어 모두 7개의 ETC품목을 시장에 내놓는다. OTC분야에서도 발모촉진 및 탈모방지제인 ‘볼두민 5%’를 4월에 출시했고 8월까지 4개의 신제품을 더 내놓는다.
종근당은 전문의료정보 시스템 구축 등 병·의원과 약국시장 특화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일 계획이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제약사의 입장에서는 전문의약품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에 한계가 있다”며 “제약업계간 합종연횡, 공동테마 개발 등 신약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도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국내 제약사들이 연간 투자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1개의 신약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 정도에 불과하다”며 “제약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ekg21@fnnews.com 임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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