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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바로 압시다] 방사성폐기물 “폐기물 처리 10년 무사고”


“이거 두들겨봐도 돼요…”.

지난 2일 오후 4시 대전광역시 유성구 소재 원자력환경기술원. 공포의 대상으로 알려진 방사성폐기물 드럼통이 수난을 당하고 있었다. 이날 전남 강진에서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견학온 주민 39명중 대다수가 방사성폐기물이 든 드럼통을 두들기거나 툭툭 쳤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기념품으로 가져간다고 고집을 부리는 등 방사성폐기물은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도가 전무한 상태에서는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혐오감이 앞섰다.

“방사성폐기물이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는 안내자의 설명에도 불구,주민들은 “정말 괜찮냐”고 확인을 거듭했다. 얼굴이 노랗게 질린 주민들이 관리시설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는 한두명씩 숨을 들여마시기 시작했다.

방사선 냄새라도 맡아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색깔도 냄새도 없는 방사선의 특성과 안전하게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관리시설에서 냄새가 날리는 만무했다.

이날 관리시설의 방사선량 계측기는 0.01∼0.03밀리렘(mR) 사이를 오갔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받는 자연방사선량 0.02밀리렘과 비슷한 수치다. 이는 방사성폐기물에서 방사선이 누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주민 이모씨(53)는 “방사성폐기물이 들어 있는 드럼통을 만지고 두들겨 봐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면서 “그동안 ‘핵포탄’ 등의 위험물로만 잘못 알고 있었다” 고 쑥스러워 했다.

박모씨(48)도 “이번 견학을 계기로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공포는 없어졌다” 면서 “폐기물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고 부끄러워했다.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 등 방사성동위원소(RI)를 이용하는 전국 1625개 기관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을 지난 10여년간 관리하고 있는 원자력환경기술원. 대지 530평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는 드럼통 4021개(200ℓ기준)가 차곡차곡 쌓여 있다.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原色)의 드럼통이 보관된 관리시설은 마치 페인트 가게 창고로 오인될 정도로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었다. 폐기물 관리시설 주변은 일반 연구동과 사무동 등이 위치해 있으며, 수년동안 잘 자란 나무는 숲을 이루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에는 연간 2000여명의 방문객들이 다녀간다고 환경기술원은 설명했다. 김형준 홍보기획과장(41)은 “90년부터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을 임시 관리하면서 단 한차례의 안전사고도 없었다” 면서 “우리나라의 폐기물처리 기술이 세계 수준에 있어 방사성폐기물 관리는 절대 안전하다” 고 자신했다.

◇방사성폐기물이란=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의 약 반은 원자력에 의해 공급받고 있다. 원자력은 병의 진단과 치료, 해충방제, 교량의 안전점검 등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분야에서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원자력 이용과정에서 운전원이나, 보수요원이 사용했던 장갑, 덧신, 작업복, 걸레와 각종 교체부품을 방사성폐기물이라 한다. 이런 폐기물은 방사성동위원소(RI)를 이용하는 산업체, 병원, 연구기관, 학교 등에서도 발생한다. 방사성 폐기물의 종류로는 원자로의 냉각수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체폐기물, 세탁배수같은 액체 폐기물, 그리고 방사선 작업구역에서 발생하는 작업복, 공구, 휴지와 같은 고체 폐기물이 있다고 환경기술원은 설명했다.

또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의료기관과 연구소 등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실험도구, 유리병,나무, 금속 같은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도 있다.

방사성폐기물은 방사능 농도에 따라 저준위, 중준위, 고준위 폐기물로 분류한다.우리나라는 알파선 방출핵종(반감기 20년 이상)의 농도가 4,000Bq/g 이상이고, 열 발생률이 2㎾/㎥ 이상을 고준위폐기물로, 그 이하를 중준위와 저준위 구분없이 중·저준위폐기물로 분류하고 있다고 원자력환경기술원은 말했다.


중·저준위폐기물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작업복, 장갑 등이며, 고준위폐기물은 사용후연료를 재활용하기 위해 재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방사성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방사성물질에 오염돼 있어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한태수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장은 “방사성폐기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방사능이 약해지는 특성이 있다”면서“특히 방사성폐기물을 장기간 안전하게 관리하면 방사선이 자연 소멸된다” 고 설명했다.

/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