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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는 왕따?


새해 첫출범한 여성부가 주요 여성정책의 집행권을 확보하지 못한 채 ‘허울좋은’ 부처에 머물고 있다.

영유아보육,방과후 교육,모성보호법,호주제 등 최근들어 대두되고 있는 여성 관련 사안들에 대해 여성부는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정책의 집행권은 사실상 보건복지부·교육부·노동부 등이 쥐고있다 보니 여성부는 부처간 협의자리에 끼워주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방청객’ 처지로 ‘왕따’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성부 관계자는 “여성부가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실질적인 역할을 해나가기보다는 존재하는 그 자체로 상징적인 효과를 내거나 분위기를 조성하는 차원에 그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여성부가 독립된 부처로서 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선 보건복지부가 맡고있는 영유아보육 업무만이라도 갖고와야 한다는 주장이 여성계 안팎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여성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여성부는 지난 2월 출범하면서 보건복지부와 노동부로부터 각각 △성폭력·가정폭력·윤락행위 방지업무와 △일하는 여성의 집 등 실제 집행기능은 2가지만 넘겨받았다. 나머지는 기존에 여성특별위원회때 수행하던 업무들이다.

영유아보육,여성인력개발 등 정작 핵심업무는 주무부처가 내놓지 않아 결국엔 포기하고 ‘주어도 별로 아깝지않은’ 업무만 가까스로 넘겨받은 것이다. 간판만 여성부지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반쪽’ 부처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같은 입장을 대변하는데 있어 정작 여성부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조심하는 분위기다.

여성부의 한 고위관료는 “각 부처에 흩어져있는 여성 관련 업무를 모두 가져오려 했다간 여성부 출범 자체가 실현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나마도 다행이라는 어조로 말했다. 주요 여성업무와 관련해 실제 집행권을 갖고있지 못한 상태에서 ‘남의 잔치에 연신 끼여야하는 입장’이다보니 다른 부처의 눈치를 보는 것도 한가지 이유다. 잘못 심기를 건드렸다간 그나마 주요 사안에 대한 부처간 협의자리에 초대받지 못하는 등 ‘왕따’ 현상이 더 심해질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성계 일각에서도 “여성부를 마치 ‘정부조직의 꽃’인양 상징적인 존재로 만들어놓은 듯한 인상이 짙다”며 “이러다간 정권 차원에서 있다가도 없을 수 있는 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영유아보육정책만이라도 여성부에 넘겨야= 한 여성계 인사는 “최근 여성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한명숙 장관에게 보육정책의 획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안다”며 “사실상 이것은 여성부 권한 밖의 일을 주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장필화교수(여성학)는 “영유아보육정책은 육아 차원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한 주요 과제로 접근해야한다”며 “이왕 여성부가 만들어졌으니 주도권을 쥐고 핵심사업으로 책임있게 추진해 나가도록 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4%에 불과,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이는 터키(76%)나 멕시코(72%) 보다도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2010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선 여성인력의 활용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고선 실현 불가능하다고 OECD는 진단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승권박사는 “0∼5세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의 여성취업률은 27.3%로 영아를 돌볼 수 없어 직장을 포기하는 비율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며 “육아휴직제의 확대와 영아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방과후 보육문제도 선결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선 주무부처가 명확하게 정해져있지 않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제각각 ‘보육’과 ‘교육’차원에서 다뤄야 한다며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있다.
복지부는 보육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 비해,교육부는 학교교육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여성부는 두 부처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채 내심 ‘차라리 여성부가 맡아서 하는 것이 낫겠다’는 심정만 갖고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엘림 박사는 “여성부를 바라보는 삐딱한 시선이 여성부의 입지를 좁히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며 “여성부가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전략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bidangil@fnnews.com 황복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