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전망 잇단 호전 의미] 고소득층 소비 주도 경기 회복기미 뚜렷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16 06:12

수정 2014.11.07 14:26


지난해 하반기 최악이었던 소비자 체감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 기대지수의 상승세는 실업률 감소 등 거시지표의 개선, 주가상승과 금리인하에 따른 고소득층의 소비확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수출과 투자 등 아직 실물경기의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심리호전이 실물쪽을 얼마나 부양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체감경기 회복은 고소득층이 주도한다=소비자 체감경기의 회복속도는 고소득층에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월수입 250만∼299만원 계층과 300만원 이상 계층의 기대지수는 4월중 똑같이 100.7을 기록하며 기준 100을 돌파했다. 지난 해 8월 이후 8개월만의 일로 소비를 더 늘리겠다는 가구가 줄이겠다는 가구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득이 적을 수록 지수가 낮아 저소득층의 체감경기 수준은 상대적으로 차가운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최하위층인 월수 100만원 미만은 지수역시 최하위인 91.2에 그쳤고 바로 위 계층인 월소득 100만∼149만원 구간은 4월중 유일하게 기대지수가 93.7로 하락했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 책임연구원은 “금리인하와 최근의 주가상승, 그리고 실업률 감소 등 거시지표의 개선이 가져다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고소득층의 체감경기를 회복시킨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체감경기 회복은 경기회복의 청신호인가=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4월중 소비자 기대지수는 공황상태를 보인 소비심리가 정상화되는 것이지 소비심리 회복을 통한 경기회복은 아니다”고 규정했다.

LG경제연구원의 오정훈 책임연구원도 “기대지수와 평가지수가 개선된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 이하라는 점에서 소비심리가 나빠지는 게 둔화됐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연구원은 “통상 고소득층 소비가 전 소득계층으로 확산되는 데는 3∼4개월이 걸린다”면서 “투자와 수출이 경기회복을 주도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하반기 이후 소비가 경기회복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고한다”고 덧붙였다.

정한영 한국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은 “소비자 기대지수는 지난 98년8월 실물경기가 바닥을 찍은 뒤 8개월만에 100을 넘었으나 이번에는 그 시기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르면 9월이나 10월쯤 100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실물경기의 회복이다=전종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심리지표가 실물지표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교역조건이 개선돼야 실질 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연구원의 오정훈 책임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회복돼도 우리의 주력수출품인 정보기술(IT)분야는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기업들은 현금범위내 투자와 경기회복세가 확연해질 때까지 투자를 미룬다는 원칙을 정립해두고 있다”면서 “투자가 경기 견인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한영 팀장도 “기업들이 국내외 경기순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해 투자를 미루고 있다”며 “미 경제는 3·4분기 이후에야 투자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 이민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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