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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파산신청 3년만에 최고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29 06:16

수정 2014.11.07 14:14


미국의 올 1·4분기 파산신청이 약 3년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29일 미 법원행정처 자료를 인용해 개인·기업의 올 1·4분기 파산 신청이 전년 동기에 비해 17.5% 높아져 지난 98년 2·4분기 이후 11분기만에 가장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타임스는 기업보다 개인의 파산신청이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파산이 급증한 것은 미 경제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증시가 예전만 못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일확천금을노리고 기술주 등에 투자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돈을 빌렸던 투자자들이 증시 폭락으로 은행 이자조차 갚기 어려운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증시 붐을 이끌었던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현재 지난해 최고치보다 무려 55% 이상 빠진 상태다.


분석가들은 향후 개인보다 기업파산이 더 늘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비록 1·4분기 기업 파산신청 건수가 1만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456건)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향후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파산이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기업 파산이 비교적 적게 나타난 것은 건전한 재무구조 때문이 아니라 지난 10년에 걸친 장기호황 때 벌어 놓은 여윳돈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경기 둔화가 지속되고 현금이 동나면 파산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다.

뉴욕 법률회사 데이비스 폴크 앤드 워드웰의 파산담당 변호사인 도널드 번스타인은 “경기 둔화 초기엔 파산신청이 증가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파산신청에 앞서 사내 유보재원을 충분히 활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윳돈이 없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채권 발행이다. 저금리 시대에 높은 이자로 투자자들을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일부 통신·기술 업체에는 그림의 떡이다. 아무리 높은 이자를 준다고 해도 막대한 부실에 시달리는 이들 업체의 회사채를 선뜻 사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신용평가 업체 무디스는 고수익 채권마저 발행할 수 없는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급속히 추락하고 있고, 채무불이행 사태가 줄을 이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결국 미국 경제가 하루속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줄도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분석가들은 올해 미국 내 파산신청 건수가 사상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보고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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