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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요구사항 72개중 34개 수용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5.31 06:16

수정 2014.11.07 14:11


정부가 재계의 규제완화 요구에 대한 답을 내 놓았다. 기업구조조정과 투자·수출촉진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제거해주는 대신 집단소송제 등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수 있는 보완조치를 마련한다는 게 골자다. 재계입장에서는 ‘규제완화’라는 당근과 함께 ‘집단소송제’ 등의 채찍이 동시에 주어진 셈이다.

재정경제부 권오규 차관보는 “기업구조조개혁을 위한 큰틀인 ‘5+3 원칙’을 지키면서 기업경영 환경개선 차원에서 합리적인 건의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부채비율 200%,출자총액제한제도,핵심역량집중 등 기업 개혁의 골격은 유지하되 각론별 건의는 유연하게 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예컨데 법정관리·화의기업 등의 구조조정을 촉구하면서도 이들 기업이 보유한 정상기업의 주식을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묶어둔 것 등을 해결해주기로 한 게 그것이다.
재경부는 “구조조정의 각종 걸림돌 제거가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정거래 부문(출자총액제한제도)=21개의 요구사항중 8건이 수용되고 13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기업구조조정 관련 출자의 예외인정시한을 지난 3월 말에서 2003년 3월 말로 2년연장했다. 재경부 권오규 차관보는 “예외인정시한 연장과 별도로 2003년3월 말까지 출자행위가 발생할 경우 2∼5년간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30대 그룹이 계열회사를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기존 핵심사업 아닌 새로운 핵심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나 사업부문 등을 넘기고 새로 설립된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도 현물 출자에 의한 주식취득과 마찬가지로 예외 인정 대상에 포함된다. 올해 30대 그룹에 새로 들어온 6개 그룹은 출자한도 초과금액의 해소시한을 당초 내년 3월말에서 2003년 3월말로 2년 연장해 주기로 했다.포항제철, 동양화학, 태광산업, 하나로통신 등 4개 그룹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정부는 그러나▲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예외인정 요건 완화▲공기업 민영화 참여에 따른 순자산 감소의 예외인정 ▲ 화의·법정관리중인 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경우 예외인정 ▲소유분산 우량기업(그룹)의 30대 그룹 지정 제외 ▲정부가 사업자(IMT-2000 등)로 선정한 법인에 대한 출자 적용제외 등은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시비와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금융부문=21건의 건의중 해외 현지법인의 현지금융 보증한도 관리를 본사별 총액한도 관리로 개선하고 자기자본의 25%를 초과하는 동일계열 신용공여 한도 해소시한을 내년말에서 1년 연장해 주는 등 13건을 수용했다. 해운·항공·건설· 종합상사 등 4개 업종의 부채비율 200% 적용은 이자보상배율 1이상이고 현금흐름과 수익성이 양호하다고 금융기관이 판정할 경우 등 요건에 따라 신축적으로 적용하기로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그룹 계열사에 한도 이상으로 투자한 초과분을 처리하는 시한을 6월22일까지에서 1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권오규 차관보는 “주식을 일시에 매각할 경우 증시에 부담이 되고 보험사들도 매각손으로 자산운용수익이 줄어 고객에 피해를 주는 등 부작용이 예상돼 시한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그러나 ▲대기업 무역어음에 대한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지원▲순자산의 4배인 사채발행 총액제한 폐지 ▲재무불건전 기업에 대한 단기외화 차입제한 완화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 폐지 등은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재무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세제부문=19건의 요구중 9건을 수용하고 2건은 중장기 과제로 넘겼다. 수도권내 기업이 전자상거래 설비에 투자할 경우 투자세액공제를 해주고 분할된 법인이 재합병하는 경우도 과세이연 등으로 조세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고 대차대조표 공고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물리는 가산세를 없애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병시 이월결손금 승계요건 완화 ▲대기업 투자준비금 설정 허용 등의 요구는 조세회피,이중지원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기타부문=11건의 건의중 거시경제정책의 신축적 운용,신시장 개척지원 강화,미국·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와의 통상마찰 사전대응 체제구축,정부 부처간 정보·기술(IT) 업무 영역 조정 등 4건은 수용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시 고용승계 의무의 완화, 해고보상제 도입 등 7건은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기로 했으며 임금 가이드라인의 설정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보완대책=시장에 의한 감시와 견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올해는 ▲지배구조개선실태조사와 평가실시 ▲기관투자가로서의 연기금의 역할정립 ▲결합재무제표 공표의무화 ▲공시기준 강화 ▲자율감리제도 시행 및 1주이상 주식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감사 금지 등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제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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