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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경기 바닥치나] 전통업종 선전으로 수출 감소세 꺾여


급격히 추락하던 수출이 5월 들어 다소 회복세를 나타냈다. 지난 3월(-1.8%)부터 시작된 마이너스 신장률(전년동기 대비)이 4월(-9.9%)에는 두자릿수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갔으나 5월(-6.9%)들어 감소세가 둔화된 것. 3개월 연속 마이너스라는 기록적인 부진을 겪고는 있지만 급속한 하강국면은 일단 벗어난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경기가 바닥을 치고 회복단계에 본격 접어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잠재적 불안요인들이 속속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감소세 둔화=5월 들어 수출감소세가 한풀 꺾인 것은 반도체(-41%)와 컴퓨터(-32%) 등 정보기술(IT) 품목의 회복이 아닌 선박·플랜트(84%) 등 전통업종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탓이다. 철강(-9%), 석유화학(-8%), 섬유류(-8%) 등 전통품목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지난달보다 10∼15% 증가했다. 올들어 급감추세를 보이던 반도체와 컴퓨터의 수출액 감소폭도 둔화되고 있다.

특히 수출규모는 4월(121억8000만달러)보다 14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윤상직 산자부 수출과장은 “수출단가가 최저행진을 기록하는 와중에 수출금액이 늘어난 것은 그만큼 수출물량이 많이 늘어났다는 뜻으로 조심스런 회복기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월의 경우 전통적 ‘비수기’인 1월(126억5000만달러)보다도 수출규모가 축소되는 ‘기현상’을 보였지만 5월 들어 수출규모가 136억달러로 회복됐다. 김칠두 산자부 무역투자실장은 “상반기까지는 수출이 어렵겠지만 하반기에는 미국경기와 정보기술(IT) 부문의 수요회복에 힘입어 4∼5%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불안한 수출여건=그러나 수출의 향배를 결정짓는 세계 경기는 기대 만큼 회복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출증가율과 동행성을 띠는 세계 교역신장률(WTO 발표)은 올해 12%에서 7%로 햐항조정됐다. 미국은 고용불안과 민간수요 둔화가 여전히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일본은 4월 수출이 15.5% 급감하면서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내적으로도 올들어 꾸준히 호전기미를 보이던 산업생산이 주춤하고 있고 설비투자 감소세도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수출물량도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지난해 5월(146억달러)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다.

LG경제연구원 심재웅 연구위원은 “대만 등 경쟁국이 반도체 등 주력업종에서 동종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을 격화시키고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수출감소세의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전망=수출 증가율은 최소한 오는 7월까지는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선행지표인 수출신용장(L/C) 내도액은 올 1월 -6.0%, 2월 -19.3%, 3월 -15.1%, 4월 -18.0%, 5월 -16.2%로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원자재와 자본재 수입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악재다. ‘원자재·자본재 수입감소→투자 감소→수출 부진→저성장’의 악순환이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 5월에 각각 8%와 23% 감소했다.


유가와 환율도 불안징후가 뚜렷하다. 유가는 이라크 수출중단 위협과 미국 휘발유 공급불안 우려로 배럴당 27달러선의 강세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현상이 언제 깨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수출부진 타개를 위한 뾰족한 대책은 사실상 없으며 지금으로선 수출시장 다변화와 부품·소재산업 육성 등 근본적인 중장기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 msk@fnnews.com 민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