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파업인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03 06:17

수정 2014.11.07 14:10


대우차노조와 금속연맹노조가 대우자동차 인수를 막기 위해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본사로 노조원을 보내는가 하면 국민의 혈세로 근근이 연명해가는 부실기업과 공기업 노조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이달엔 대규모의 전국적 연대파업이 예고돼있어 무척 걱정스럽다. 경제위기 이후 4대 구조개혁의 일환으로 노사관계개혁이 추진됐지만 도대체 얻은 게 무엇인가. 대화의 주체여야 할 노사간 대화는 없고 오로지 노정간 협상만 있을 뿐 우리 국민과 이 나라 경제는 노조파업의 볼모가 돼있다.

붉은 띠를 머리에 동여매고 폭력파업을 주도하는 일부 노조지도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파업을 하는 것인가. 실직한 동료를 위한 것인가. 저임금으로 고통받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한 것인가. 자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위한 것인가. 그들의 부실한 기업을 위해 혈세를 바치는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릴 국가경제를 위한 것인가. 경제위기에 대해선 정부, 기업, 노조, 국민 모두가 책임이 있기에 우리 모두는 그 고통을 나누어 감수해야 하고 그 책임 또한 통감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새로운 시대에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이제 노조도 제조업시대의 노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시대의 노조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면서도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자신들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할지를 치열하게 찾아야 한다. 발상의 전환 없이는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결코 얻을 수 없다. 단순히 수동적인 육체노동을 하루에 몇 시간 열심히 했다는 것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이 나라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새로운 기술개발을 위해 밤새 연구하고 기업가들이 자금조달과 거래선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정부관료들이 국가경제의 작동이 멈추지 않도록 입술이 타도록 노력하고 당신의 아들 딸들이 이 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기 위해 밤새워서 공부를 할 때 우리 노조는 우리 국가의 경쟁력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겸허히 고민해야 한다. 당장 동료 몇사람이 일자리를 잃고 월급이 몇 푼 깎이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더 많이 창출하고 국민소득을 더 높이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동시에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미 잘먹고 잘사는 선진국 노조와 연대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기보다는 어떡하면 그들과 경쟁해 우리 경제를 살릴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망해가는 부실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하지 말라 하고 임금까지 인상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과연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과거 대우차가 잘 나갈 때 수많은 명분없는 파업들로 대우차의 붕괴에 일조를 했고 지금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강성 대우차노조가 이미 몇 조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된 대우차를 국민혈세로 정상화시켜달라고 하는 주장을 어느 국민이 이해를 할 수 있겠는가. 회사를 살려 놓은 다음 그러한 주장을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약자들이 자신들의 조직을 만들어 목소리를 내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때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투쟁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나라 경제를 무너뜨리면서 공멸을 초래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행동들이 불법적으로 이뤄진다면 이 국가의 안위를 지켜야 하는 국가는 당연히 모든 국민의 이익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법에서 부여된 의무를 다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지난번 대우자동차 사태에서와 같은 감정적인 법집행은 당연히 피해야 하지만 최근 효성 울산공장이나 여천 NCC공장의 경우처럼 불법파업에 대해 공권력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이미 국가이기를 포기한 나라일 뿐이다.

현정부의 남은 임기 1년 반이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 투입과 국채발행으로 국가는 빚투성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총체적인 부실은 그대로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먹여 살릴 수출을 증대시킬 국가경쟁력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고 내년엔 이 나라를 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갈 양대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빚투성이인 기업과 국가에 파업을 한다고 무엇이 나오겠는가.이웃 나라 중국이 하듯이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오지는 못할망정 폭력적인 파업으로 쫓아내어선 아니 될 것이다. 부족한 기술과 돈으로 치열한 경쟁의 국제무대에서 굽신거려야 하는 기업가들도 피곤하다. 어쩌면 단순 노동의 근로자들 보다 그들은 치사량이 넘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의 고민과 고통을 노조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로의 고통을 쓰다듬으면서 앞으로의 난관을 같이 헤쳐 나아가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기업이 쓰러지면 노조도 없고 국가경제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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