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정부 눈치 많이 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04 06:17

수정 2014.11.07 14:09


국내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상대로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당면과제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기업과 벤처기업 CEO 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반면,정부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으며 준조세로 허리가 휜다고 대답하고 낙하산 인사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응답자의 절대 다수가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을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경기가 본격 회복되는 시기에 대해 44%가 3·4분기부터라고 응답했고 40%는 4·4분기부터라고 답해 84%가 연내회복을 점친 것이다.

경제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CEO들의 이와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앞으로의 경기회복의 좋은 징조로 여겨진다. 최근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나 소비자평가지수(CSI)등의 호전과 함께 신규사원 채용 계획의 증가등은 경기회복 징조의 결과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단기적인 경기 대책은 필요하지 않으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불확실성의 제거가 요청된다는 그들의 주장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최고경영자들의 4대 개혁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한 반성을 촉구한다. 4대부문 가운데 가장 미흡한 부분으로 절반인 50%가 공공부문을 꼽았으며, 25%는 노동부문을 들었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공무원들의 집단이기주의 때문에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공기업의 경쟁력이 민간기업에 비해 월등하게 낮다는 평가 역시 앞으로의 개혁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그들이 지적한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 또한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과거에는 정치권이나 노조의 눈치를 봤으나 요즘에는 정부부처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하다는 CEO들의 응답은 정부의 규제가 얼마나 심하고 관치가 심각한 수준에 있는지를 입증한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의식하는 기관으로 정치권(20%)이나 노조(18%) 시민단체(4%)보다 정부부처(58%)를 꼽은 것이다. 그 중에서 공정거래위원회(43%)와 금융감독원(40%)에 가장 신경을 쓰고 그들의 잦은 호출과 조사가 큰 부담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준조세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한 반면, 70%는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었다는 응답 역시 개혁의 현주소를 일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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