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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바로 압시다]〈7〉방사선 수치 3개월마다 언론에 공개


화석연료의 고갈과 환경오염 심화 그리고 유가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은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은 두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사고없이 안전하게 운영,관리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의 문제다. 우리나라는 원전안전관리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으나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할 관리시설이 없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달말까지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관리시설 부지를 공모하고 있지만 아직 신청한 자치단체는 없다. 국내에 세워질 관리시설은 지표면에 폐기물을 매장하는 프랑스,일본 방식과 동굴을 파서 보관하는 스웨덴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프랑스와 스웨덴 등이 원자력을 에너지원으로 삼기로 정책선택을 한 것은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은 뒤다. 이들 국가는 원전건설과 병행,방사성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지었다. 주변지역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오랜 기간 협의과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폐기물 처분장 건설 이후에는 철저한 관리와 투명성으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관광명소로 변신,지역이 발전되고 있다. 현지 취재를 통해 외국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실태를 알아봤다.

◇해저 동굴에 폐기물을 안장시킨 스웨덴 ‘포스마크’=하루 평균 5시간 정도 해를 볼 수 있는 곳. 1인당 전기 사용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침엽수림을 가르며 2시간가량 달리면 발트해안 웁살라지역의 포스마크라는 조용한 바닷가에 닿는다. 포스마크에는 3기의 원자력발전소와 바닷속에 동굴을 뚫어 만든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사용 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크랩·CLAB)이 있다. 관리회사인 SFR가 지난 73년부터 10년 동안 타당성 조사를 거쳐 폐기장으로 확정한 곳이다. SFR의 오스카함 심페발프 처분소장은 “단단한 암반으로 이뤄진 발틱해의 해저 60m에 폐기물을 보관한다”고 소개했다. 육지에 천층처분(땅을 약간 파고 폐기물을 저장하는 방식)하는 영국,프랑스와는 달리 스웨덴은 단단한 암반과 세계 최고의 굴착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동굴입구에서 처분시설까지는 약 1㎞. 버스가 들어갈 만큼 동굴은 컸다. 어두컴컴한 동굴은 긴장감이 감돌정도로 음산했다. 홍보관 옆 유리창 너머로 길이 165m의 터널에 저준위 폐기물 드럼통이 담겨 있었다. 옆의 다른 굴은 중준위폐기물 처분장. 깊은 원통형 격납고를 볼 수 있었다. 이곳은 필터 등 방사선이 약간 센 중준위 폐기물을 보관하는 곳이다. 1.7∼10㎝ 두께의 철 컨테이너에 담겨 배로 옮겨지면 다시 네모난 콘크리트 탱크에 담아 격납고 밑바닥부터 차곡차곡 채워넣는다. 직경 25m,깊이 50m의 격납고는 탱크를 밀어넣는 구멍이 모두 392개. 탱크를 집어 올리고 넣는 것이 모두 원격조정실의 명령에 따라 로봇의 팔로 이뤄진다. 저준위거나 중준위거나 굴에 들어갈 때 마스크는 커녕 방호복도 입지 않는다. 차폐가 철저해 폐기장의 방사선 준위가 자연방사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거대한 해저시설을 움직이는 직원은 고작 7명의 오퍼레이터와 2명의 일반관리직 등 15명.

포스마크 처분장을 건설하는 데는 약 810억원이 투자됐다. 연간 유지비는 28억원 정도. 지난 88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처분용량은 6만㎥로 현재 약 2만6000㎥가 채워졌다. 특히 포스마크 지역주민은 365일 언제나 시설의 방사선 수치를 문의할 수 있고,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결과를 지역신문에 발표한다. 그만큼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얘기다. 처분장을 책임관리하는 심페발프 소장은 “매년 2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한다”면서 “이를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건설에 대해 조언을 부탁했더니 심페발프 소장은 “공개하라,정직하라,그리고 정확한 정보를 주라”며 짧은 말 속에 그의 경험을 담아냈다.

◇정부가 먼저 후보지 선정한 프랑스 ‘로브’=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파리. 목적지를 향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계속되는 견학에 피로가 쌓여 단잠에 빠졌다. 문득 꿈에서 인듯한 전원풍경을 보고 넋이 나갔나 싶더니 프랑스의 실제 경관이란 사실을 깨닫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말그대로 달력에서 보던 풍경이었다. 그리고는 버스로 3시간을 달렸다. 낙엽이 수북하지만 무섭도록 검은 숲. 오솔길을 굽이굽이 돌았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로브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숲이 바다에 외롭게 떠있는 섬처럼 로브처분장은 외부와 격리된 채 자리잡고 있었다. 파리에서 동남쪽으로 180㎞ 떨어진 곳이다. 주민 250명에 불과한 이 마을은 인구밀도가 낮고 점토층과 모래가 반복되는 지질구조로 프랑스에서 유일무이한 ‘자원’을 갖게 된 것이다. 이곳 처분장은 지난 92년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69년부터 가동해온 첫번째 영구저장시설인 라망시 처분장이 지난 94년 폐기물로 꽉 차 폐쇄되면서부터. 처분장은 프랑스 전역에서 배출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 보관한다. 로브 처분장은 폐기물과 콘크리트로 채워진 드럼을 콘크리트 구조물에 쌓고 그 사이를 다시 자갈과 콘크리트로 메운 뒤 흙을 덮는 방식. 이곳으로 옮겨지는 폐기물 드럼에는 모두 바코드가 찍혀있는 게 특징이다. 영구 처분되기 전 컴퓨터가 바코드를 읽어 언제 어디에서 발생한,어떤 폐기물인지를 입력한다. 그만큼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안드라(ANDRA)라는 기관에서 운영한다. 안드라는 보건·산업·환경·과학기술부에서 공동으로 설립했다. 로브 처분장의 안내를 맡은 자크 탐볼리니는 “총 건설비가 120억프랑이 들었고 부지면적은 95㏊”라고 소개했다. 원화로 환산하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큰 돈이다. 처분용량은 100만㎥로 200ℓ 용량의 드럼 500만개를 처리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프랑스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50년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는 10%정도 채워졌다. 로브 처분장에서는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리한다. 이들 폐기물을 드럼에 담아 이곳으로 들여온 뒤 프레스로 압축해 부피를 줄인 다음 콘크리트로 밀봉해 차곡차곡 쌓아 버린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현재 프랑스 전역에 총 58기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으며 전체 사용전력의 77%를 원전이 공급한다. 프랑스의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건설은 정부의 주도아래 이뤄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관광도시로 탈바꿈한 영국 ‘셀라필드’=런던에서 서북쪽으로 300마일 떨어진 천혜의 휴양지 셀라필드. 동산에 가까울 정도의 낮은 산과 시원스레 펼쳐진 호수에 가슴이 후련하다. 워즈워스의 생가를 에워싸고 있는 이곳 한편엔 원자력단지와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인 드리그(Drigg)처분장이 자리잡고 있다. 드럼통을 운반하는 트럭들의 분주한 움직임과 풀을 뜯고 있는 양떼의 한가한 모습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양들을 방목하는 푸른 초지와 호수로 둘러싸인 이곳은 연간 16만명이 찾는 영국의 ‘관광명소’. 셀라필드 원전단지는 주변환경뿐 아니라 지역사회와도 상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원전단지 고용인력의 80%가 셀라필드 지역주민이고 하청업체 역시 90%가 지역업체다. 셀라필드에 원전이 들어오면서 지역이 발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폐기물 관리는 점토층 부지 위에 폐기물 드럼통을 담은 컨테이너를 차곡차곡 쌓은 다음 다공성 시멘트와 철근 콘크리트로 채운 뒤 흙을 덮고 잔디와 나무를 심는 전형적인 천층처분 방식. 최근에는 약 8000억원을 투자, 천층처분 주변에 인공방벽을 둘러 격납처분을 통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 원전 운영업체인 BNFL사는 매년 영업이익과 관광 수익의 일정 비율을 수도?전기?도로 등 지역 인프라 구축에 쓰고 있으며 원전 운용상의 사소한 고장이나 실수도 반드시 공표하는 정책으로 지역주민의 신뢰를 얻고 있다. 시설운영사인 영국핵연료공사(BNFL)는 “언제든지 주민들이 희망할 경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의무화 했다”며 “특히 원전운영상의 사소한 고장이나 실수라도 반드시 언론을 통해 공표하는 투명·공개정책으로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BNFL 홍보책임자인 닐 스택은 “원자력관련 시설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로 환경에 악영향이 없다는 점을 지역주민들이 잘 알고 있어 마찰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국에는 총 35기,합계출력 1417㎾의 원자력발전소가 운전 중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각 원자력발전소의 저장풀에 보관돼 있다. 영국 당국은 ‘공개와 투명성’의 원칙을 바탕으로 공개토론 등을 통해 지방의회 및 주민의 협조를 이끌어 냈다.

/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