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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국타이어 미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10 06:19

수정 2014.11.07 14:02


현대자동차와 한국타이어가 최근 모 방송사에서 국산 자동차의 주행기록계 실상을 보도한 내용을 두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협력업체인 한국타이어가 자사에 불리한 내용을 보도한 프로그램에 타이어를 제공하고 모터스포츠팀까지 지원한데 대해 타이어 납품 중단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져 양사간의 갈등은 심각한 양상을 빚고 있다.

◇사건의 전말=지난달 28일 모 방송사에서 보도한 ‘주행기록계의 비밀’이란 프로그램이 발단이 됐다. 국산 차량 16대를 대상으로 자동차 주행거리기록계의 정확도를 측정한 실험에서 주행기록계 거리와 실측거리에 상당한 오차가 발견됐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타이어는 타이어로 인한 오차를 줄이기 위해 모두 출고될 때와 같은 새것으로 제공했고 자사의 모터스포츠팀인 ‘벤투스’의 전문카레이서들을 지원해 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방송사의 요청에 의해 타이어와 레이서들을 지원하게 됐지만 보도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한국타이어=현대차는 “방송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하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적산계가 오차가 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인데다 전세계적으로 적산계의 오차 허용범위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호주정도라는 것. 적산계의 기능은 정밀한 주행기록을 나타내는 것보다는 대략적인 거리측정에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대우차·르노삼성차 연구진이 적산계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채 인터뷰에 응해 현대차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현대차는 객관성이 결여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를 검토하는 등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와 방송사의 고래싸움에 엉뚱한 한국타이어만 뭇매를 맞고 있다.

현대차는 타이어와 자사의 모터스포츠팀인 ‘벤투스’ 레이서들을 실험에 참가시킨 한국타이어에 대해 ‘협력업체가 그럴수 있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는 한때 타이어 납품 중단까지 검토했을 정도로 경영진의 진노가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의 보도에 대해 협력한 한국타이어에 대해 섭섭하고 불편한 감정을 항의했다”며 “타이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그러나 현대차의 진노를 수습하느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측에서 엄청난 항의가 들어왔지만 우리쪽에서 정중히 사과하는 선에서 잘 마무리 됐다”면서도 “레이서들이 주행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사실을 사실대로 말했을 뿐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며 반문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전체매출액의 5∼6%인 연간 300만본(800여억원 어치)의 타이어를 현대차에 납품하고 있다.

/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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