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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1주년]EU ‘한반도 영향력’커졌다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13 06:20

수정 2014.11.07 13:59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주변정세는 빠른 속도로 평화증진의 방향으로 전진해왔다. 비록 평화정착의 첫 걸음에 불과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의 주변정세 진전은 공존의 관계로 이행,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반도 통일을 둘러싸고 기존에는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이 강했다면 6·15남북 정상회담 이후에는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유럽연합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가들의 방북이 잦은 것은 단순히 외교적 지평을 넓힌다는 의미보다는 통일 한반도가 가져다줄 막대한 시장규모에 일차적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가 중국 및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미국=좋든 싫든 미국이 한반도 통일에 관한 실질적 파워를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클린턴 행정부가 집권하던 지난해만해도 미국은 북한과 함께 남북간의 평화분위기에 보폭을 맞춰 지난해 10월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하는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성의를 표시했었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에게 분명한 대미관계개선 의지를 보이면서 미사일 문제와 관련, 상당히 진전된 양보안을 내놓아 평화분위기가 조성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클린턴 당시 대통령 중심의 평화무드는 방산업체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조지 부시 정권이 등장하면서 반전됐다. 외교채널을 통해 한반도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클린턴시절과 달리 지금의 미국은 한반도 문제해결에서 엄격한 상호주의를 적용, 상대적으로 군사문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EU)=그동안 잠잠했던 EU가 본격적으로 한반도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대북한 교섭에 본격 나선 EU는 최근에 들어서는 예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가 남북한을 동시 방문하는 등 행보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EU는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과 정책으로 한반도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의 독자행보는 초강대국인 미국에게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반도에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곧 북한에 대한 투자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상당부분 유럽식 사회체제를 갖추고 있어 미국보다는 EU쪽에 호의적인 상황이다.

◇중국과 러시아=중국과 러시아는 한반도평화는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자국들과의 관계증진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 방문 이후 상당히 고무돼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중국은 실질적으로 식량과 원유 등의 공급을 통해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고 있다.


아직도 막강한 군사력을 갖고 있는 러시아는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원칙론을 앞세워 유럽연합이나 일본· 한국기업들이 북한에 진출할 경우 자신들에게 복구·보수작업 수요를 몰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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