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사설] 대우차 노조의 태도 변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18 06:21

수정 2014.11.07 13:54


대우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제너럴 모터스(GM)와의 2차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해외매각 결사반대’ 입장을 바꾸어 ‘협상과정을 지켜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한걸음 물러섰다. 물론 이것이 GM과의 매각협상을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나 노조 집행부의 태도 변화가 적어도 부평공장 직원 7000여명의 매각지지 결의대회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점, 그리고 매각을 지지하는 ‘정상화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 노조위원장을 고문으로 임명한 점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대우자동차 매각을 비롯하여 현대투신증권, 하이닉스 반도체(구 현대전자), 현대건설, 쌍용양회 등 이른바 5대 부실기업 처리 문제는 우리 경제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기업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무려 38조 6000억원에 이르고 있어 만에 하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지지 않았을 때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외국 기관이 한국의 국가 신용도 상향조정을 일단 하반기로 미루고 있는 것 역시 이들 5대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대행스러운 일은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이 상당히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거나 가닥이 잡히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투신은 AIG 컨소시엄과 매각협상이,현대건설은 2조 9000억원의 출자전환과 유상증자가 진행되되고 있고 쌍용양회는 계열사 매각과 출자전환·만기연장 등으로,하이닉스 반도체는 12억 5000만달러의 해외 주식예탁증서(DR)발행에 성공함으로써 경영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그러나 국제 반도체 가격 하락이 계속되고 있고, 국내 건설경기가 여전히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등 시장환경이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문제는 우리가 직면해 있는 이러한 현실 여건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에 있으며 이것기 바로 구조조정과 부실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앞둔 우리가 당면한 최대 과제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강경일변도 투쟁을 벌이던 대우차 노조 집행부가 현실여건으로 눈을 돌려 한걸음 물러서는 유연성을 보인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GM과 매각 협상에 있어서 노조 집행부가 내건 부평공장 유지와 고용 승계가 이루어지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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