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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경제] 화폐속 인물 선정 어떻게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19 06:21

수정 2014.11.07 13:54


각 국의 화폐도안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 동식물, 문화유산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중 화폐 앞면의 주소재로는 정치인, 학자, 예술가 등 인물초상이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은행권에는 세종대왕, 율곡 이이, 퇴계 이황의 모습이▲ 미국 달러화에는 워싱턴, 링컨 등 역대 대통령의 모습이 ▲영국 파운드화의 앞면에는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모습이 ▲프랑스 프랑화에는 작곡가 드뷔시, 작가 생텍쥐베리, 화가 세잔느 등의 모습이 들어 있다. 물론 네덜란드의 굴덴화, 스리랑카의 루피화 등처럼 인물초상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나라도 있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에 속한다.

그러면 이처럼 인물초상이 화폐의 도안소재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인물초상은 다른 소재에 비해 자기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성을 가장 압축적이고 쉽게 대내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폐에 사용된 인물의 위엄과 훌륭한 업적이 화폐의 품위와 신뢰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다른 도안소재에 비해 쉽게 인지하고 기억할 수 있는 친근감을 주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화폐도안에 들어갈 인물을 결정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화폐도안의 인물은 업적과 품성이 위대하여 많은 국민들로부터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오랜 세대에 걸친 충분한 역사적 검증을 거치는 과정에서 논란의 소지가 없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 인물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고 시각예술적인 면에서도 화폐도안으로서 손색이 없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발권당국인 중앙은행에서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여 선정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정치적, 종교적 이유로 화폐를 직접 사용하는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으로 각 국의 발권당국에서는 화폐도안에 담을 인물을 선택함에 있어 국왕과 같은 특별한 인물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현존인물을 피하고 있다. 그리고 발권당국에서는 평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하여 여론조사 등을 통해 국민의 여론도 수렴해 놓고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화폐도안 선정과 관련한 사례 한가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에 만원권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도안소재로 앞면에 국보 제24호인 석굴암의 본존석가여래좌상을, 뒷면에 불국사 전경을 담은 만원권을 발행키로 하고 대내외 공고절차까지 마쳤는데 일부에서 도안소재가 특정종교와 연관이 깊다고 거세게 반발함에 따라 그 만원권을 발행하지 못하고,이듬해인 1973년에 석굴암과 불국사를 세종대왕 초상과 경회루로 바꾸어 발행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당초 오천원권과 같은 시기에 발행하려고 했던 계획이 수정되면서 만원권 발행이 오천원권보다 한해 늦게 발행되었다.

/채홍국 한국은행 발권국 조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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