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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핫라인] ‘사기성 기획부동산’에 피해 는다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0 06:21

수정 2014.11.07 13:51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는 주부 김모씨(47)는 얼마 전부터 부쩍 자주 걸려오는 부동산 구입 권유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지난해 이맘 때쯤 김씨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에 있는 ‘가나컨설팅’이라는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강원도 정선 및 태백 일대 땅 투자 권유를 받고 땅을 샀다가 손해를 본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김씨는 공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중간정산 퇴직금 7000여만원을 마땅하게 투자할 곳이 없어 은행에 저축을 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러던 차에 정선 카지노 개장으로 몇개월만에 두배가 넘는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다는 유혹에 넘어가 선뜻 이곳 임야 1300여평을 매입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 땅은 개발 가능성도, 사려는 사람도 없는 곳이었다. 땅 값이 떨어져 요즘은 한숨만 짓고 있다.


J사에 다니는 회사원 이석봉씨(41)는 기획부동산 업체인 ‘한아컨설팅’사가 개발프로젝트처럼 기획한 충북 충주시 수산면 충주호 주변 레저단지 개발 프로젝트에 속아 지난해 10월 1500만원을 날렸다. 한아컨설팅은 공사중인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개발 계획도 없는 곳에 서울에서 2시간대의 레저단지를 조성한다며 속여 돈을 끌어들였다. 이들 기획부동산은 한결같이 지금은 모두 문을 닫고 사라졌다.

◇기획부동산, 서울에서 확산 추세=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피해자가 의외로 많다. 부동산업계에선 개발 이슈가 있는 지역을 노려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중개업소를 ‘기획부동산’이라고 부른다. 최근 부동산 경기 회복세를 타고 서울 강남 일대에 기획부동산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이 요즘 소개하는 곳은 철원,속초,고성 등 강원도 지역과 내년 4월부터 국제 꽃박람회가 열리는 충남 태안군 안면도 일대다. 금강산 육로관광이 가능해졌다는 뉴스가 나오자 마자 이들은 휴전선 접경지역 및 금강산 육로관광 코스 주변 부동산을 가지고 수요자를 유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강원도 정선 및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된 충남 당진 일대 땅들이 주로 매각 대상이었다.

실제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대상지역의 개발계획이나 발전전망에 대해 그럴듯하게 논리적으로 과대 포장, 일반인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도록 한다. 대부분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

부동산 중개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획부동산업소들은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사무실을 닫고 뜨는 경우가 많다”며 “땅을 사더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다반사”라며 “부동산 경기 회복을 틈타 점차 확산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부동산 사무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로 강남역 일대에 집중됐으나 요즘은 테헤란로, 잠실, 송파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로 ‘컨설팅’ 업체 간판을 내걸고 있으나 올 들어선 영문식 기업명을 주로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띈다. 또한 회사명 뒤에 ‘000코리아’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강남 일대에 활동하는 기획부동산만 줄잡아 수십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도 수백명에서부터 수십명에 이른다. 주로 전화를 통해 수요자들을 접촉하며 직원도 판매 건수에 따라 리베이트를 주는 방식으로 고용하며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 투자를 권유한다.

기획부동산 업체의 사무실 분위기는 안내 데스크에서부터 방문객들이 주눅이 들 정도의 고급 실내장식은 기본이다. 각종 자료나 신문 스크랩, 심지어 차트까지 동원해 여러사람이 집중적으로 설명, 방문자의 혼을 빼놓는다.

◇정확한 실수요 목적이 있을 때 매입해야=기획부동산이 주로 노리는 대상은 주부들이다. 경제 사정에 밝지 못한 주부들에게 막대한 차익을 남겨주겠다며 쓸모없는 땅을 사도록 권유한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개발이 불가능한 땅이거나 전혀 팔리지 않는 것들이다. 피해를 당했더라도 이들을 법률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일부에선 곧바로 등기를 해주기 때문에 재산권 확보도 가능하다. 다만 약속한 이익을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우선 전화로 소개하는 부동산 매입 권유에는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들의 설명에 관심이 있더라도 반드시 현장을 방문해 현지 시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소개하는 땅의 용도를 확인해 봐야 한다.
또한 입지여건 및 환금 가능성·개발 계획 등을 철저히 검토한 다음 믿을만한 중개업자의 도움을 받아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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