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국가경쟁력을 키우자―모범노사 롯데삼강]“도시락 미팅에 마음의문 활짝”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6.21 06:22

수정 2014.11.07 13:51


환율과 금리폭등으로 한국경제가 끝도 없이 곤두박질치던 지난 97년 12월.서울 문래동 롯데삼강 구내식당에서는 노사 한마음결의대회가 열렸다.연단에 선 소병관 노조위원장은 떨리는 입술로 말문을 열었다.“롯데삼강 노조는 긴박한 국내외적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습니다”.그는 어려운 회사를 위해 연말 상여금 100%를 자진반납하고, 모든 경비를 30% 절감해 생산성과 매출목표 달성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소 위원장에 이어 직원 대표도 가세했다.앞으로 30분 일더하기 운동을 추진하겠다며 철저한 품질관리로 클레임을 제로화하겠다는 결의문을 읽어내려갔다.이종규 대표이사는 “이렇게 지원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아무리 회사가 어렵고 위험에 처하더라도 인위적인 감원이나 정리해고없이 이 위기를극복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당시 적자기업으로 존폐위기에 빠졌던 롯데삼강이 극적으로 흑자로 돌아서고 현재 동종업계에서 최고의 재무구조를 가진 우량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바로 이같은 노사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다.서로 믿고 지원해주며 함께 회사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노사관계, 이것이 롯데삼강의 가장 큰 자산이다.롯데삼강은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신노사우수기업으로 지정됐고, 지난 5월 근로자의 날에는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롯데삼강의 토요일 점심은 좀 특이하다.이종규 대표와의 도시락 미팅이 돌아가면서 있다.98년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거른 적이 없다.그동안 전직원은 최소 두번 이상 이 도시락 미팅을 경험했다.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에게 고충과 애로사항을 직접 이야기하고, 회사경영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는다.이 대표는 이자리를 빌어 회사의 경영상태도 알리고 경영방침과 회사의 추진방향에 대해서도 함께 토론을 나눈다.그러다 보니 도시락 미팅은 이젠 롯데삼강의 정형화된 대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도시락 미팅같은 격의없는 모임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이 대표의 강직한 스타일 때문이다.고졸 출신의 최고경영자.“보리고개를 경험했던 극빈의 생활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보통의 대기업 계열사 사장에게서 느껴지는 권위적인 모습은 전혀 없다.다섯평 남짓한 그의 집무실엔 13인치 텔레비젼과 방문객 의자보다 더 검소한 의자가 놓여있다.책상위의 메모지는 모두가 광고 전단지 뒷면이다.

이 대표는 회사가 어려웠던 당시 같이 허리띠를 졸라맨 직원들에게 성과를 나눠주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사장도 엄격히 월급받는 근로자”라고 주장해온 이 대표는 “회사가 정상화되면 직원들에게 똑같이 배분하겠다”고 재차 약속해온 터였다.이에 따라 99년 이후 2년동안 평균 34%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최근 2년동안에는 추가 상여금까지 지급했다.

성과배분의 약속을 끝까지 지키려고 노력한 것은 무엇보다 노조가 어려운 시기 앞장서 회사를 구했다는 걸 이대표가 잘 알기 때문이다.노조는 회사가 힘든 시기엔 임금동결과 함께 연월차 수당까지 반납했다.일 더하기 운동도 꾸준히 전개했다.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고 퇴근시간은 1시간 늦췄다.소 위원장은 야근으로 고생하는 노조원을 격려하는라 때론 사무실에서 새우잠을 자기도 했다.직원들은 인력재배치과정에서 장기근속자 400여명이 무더기로 퇴직하면서 노동강도가 30%이상 높아졌지만 그 누구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이런 노조를 이 대표는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이 대표는 소위원장을 “뭔가 아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뭔가 알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지도 않고, 무엇이 시급한지 다 꿰고 있다는 것이다.

이종규대표는“최고경영자가근로자에대해어떤생각을가지느냐가그회사의노사관계를결정한다”고말했다.그리고“노사관계는일생각해야하는지속적인과제”라는말을남겼다.이대표는신노사문화우수기업들이최근구성한‘노사문제를생각하는경영인모임’의회장도맡고있다.� 365CEOzjins@fnnews.com 자에대해어떤생각을가지느냐가그회사의노사관계를결정한다”고말했다.그리고“노사관계는일생각해야하는지속적인과제”라는말을남겼다.이대표는신노사문화우수기업들이최근구성한‘노사문제를생각하는경영인모임’의회장도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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