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FN초대석- 이영회 수출입은행장]˝수출엔진 되살리기 선봉에 서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01 06:25

수정 2014.11.07 13:42


‘수출금융지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이영회 수출입은행장.그가 꺼져가는 수출엔진을 되살리기 위해 선봉에 설 것임을 자처하고 나섰다.그가 수은행장에 취임한 것은 지난 4월20일.은행장으로선 신출내기다.그러나 이 짧은기간동안 그는 수많은 것을 느꼈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고 있다.다름아닌 주요 고객인 수출기업의 가려운 부분을 스스로 찾아 긁어주는 경영방침이 그것이다.또 여기에는 수출이 무너지면 우리경제의 미래도 없다는 굳은 신념이 깔려있다.

1일로 창립 25주년을 맞은 수출입 은행의 이영회 행장을 만나 앞으로 수출업체에 대한 새로운 지원계획은 어떤 것이며 급변하는 국제금융시장상황에서 수은이 지향하고 있는 새 좌표는 무엇인지를 들어봤다.


대담=최원석 증권금융부장
―수출이 어려운 때 중책을 맡으셨습니다. 수출입은행장에 취임하신지도 벌써 두달이 넘었군요. 취임초부터 활약이 대단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있어 교역지표는 그런대로 좋아보이지만 수출이 늘지않아 걱정입니다. 대외금융지원 전담은행장을 맡은 만큼 수출을 일으키는데 앞장서야지요. 수출금융이 막힌곳이 있으면 어디든 뛰어가 뚫어주려 합니다. 수출이 어려운 때이니만큼 전방위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그동안 외환위기를 극복하기까지 수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환위기이후 국내은행들의 대외신인도가 무너지면서 수은의 할일도 많았었지요.시중은행들이 취급하던 모든 수출금융을 대신 커버해야 했으니까요.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시중은행들이 다시 기운을 차리면서 수은의 역할이 다시 줄고 있습니다.그러나 아직도 현대건설처럼 신인도가 떨어진 기업이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의 수출지원은 우리 은행의 몫으로 남아있습니다.

―국내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나게 되면 수은의 역할은 더 줄어들겠군요.

▲그 때는 수은 본연의 업무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플랜트 수출이나 선박 수출입 금융지원 등이 그것이지요. 또 그렇게되면 시중은행을 대신해서 하던 업무들이 더 감소하겠지요. 그뿐이 아니예요. 국내 조선업체들의 경우 이미 많은 일감을 확보해놓고 있는데다 유동성도 풍부한 상태여서 선박금융지원 등 본연의 업무자체가 계속 줄고 있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업무가 줄어드는데 따른 새로운 돌파구라도 마련하고 계신지요.

▲다양한 금융기법을 개발하고 있지요. 수출대상국 은행에 돈을 대준 뒤 현지 수입업자에게 대출토록 해 우리기업의 수출상품을 구매토록 하는 이른바 전대차관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지요. 또 수출기업에 대한 신용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중입니다. 여기에 외국 수출신용기관과의 협조 융자나, 수출금융의 금리를 낮추기 위해 초저금리인 원조자금과 일반자금을 섞어 대출하는 혼합금융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또 해외특정사업을 담보로 금융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업무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행장께서는 특히 PF업무확대에 많은 애착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있는데요. 성과는 어떻습니까.

▲단순한 해외건설수주만으로 돈을 벌던시대는 지났습니다. 특정사업을 일괄하는 플랜트 수출에 역점을 둬야 할 때입니다. 그래야만 수익도 남고 수출기업의 재무상태도 좋아집니다. 또 개발도상국이나 신용위험국가에서 일어나는 특정 프로젝트라도 수익성만 있다면 채권보증 등을 통해 위험부담은 줄이면서 금융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우리은행이 PF를 통해 거둔 대표적인 성과는 최근 삼성물산이 수주한 이란의 사우스 파스(South Pars) 가스전 공사입니다.이 사업의 경우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곧바로 3억달러를 지원했죠.

―수출금융지원에 다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요. 수출입은행이 갖는 한계는 없습니까.

▲현재로선 어려움이 많습니다. 수출입은행법도 우리은행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대목입니다. 현행 수은법은 우리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너무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어 오히려 수은의 업무확대를 가로막고 있지요. 현행법상으로는 제대로 수출금융지원에 나설수 없을 뿐더러 급변하는 국제수출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도 어렵습니다. 선진국 유수 금융기관과 경쟁하려면 수은법도 탄력적으로 손질돼야 합니다.

―수은법 개정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현재 재정경제부 등 관계당국과 적극 논의하고 있습니다. 올 정기국회때는 개정안이 상정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수은법 말고 업무확대와 관련한 다른 걸림돌은 없습니까.

▲금리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저희 은행의 수출지원금리가 다소 높은 편이거든요.주로 외국자금을 끌어다가 이를 다시 대출해주다보니 금리가 높을수 밖에 없지요.

―금리를 낮추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혼합신용(Mixed Credit)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요.

이 제도는 자국산 기자재 및 용역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공적 수출신용자금과 유·무상 원조자금을 섞어 공여하는 금융을 말합니다. 금리가 싼 원조성 자금과 일반자금을 혼합하면 금리가 떨어지게 되지요. 특히 개도국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기술력이나 가격외에도 금융조건의 경쟁력이 중요합니다. 또 선진국 공적수출신용기관과의 수주 경쟁을 위해서도 경협기금과 혼합신용을 통한 저리자금조달수단 확보가 시급합니다. 혼합신용의 경우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방식이지요. 현재 우리나라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절차가 매우 복잡해서 잘 활용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자금이라도 복잡한 수순을 따라야 한다면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DCF자금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시켜야만 합니다.

―수출지원금리를 낮출 다른방법은 없습니까.

▲우리 은행에 대한 재정자금 지원비중을 높이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우리은행의 재정자금 조달비중은 28%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70%수준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치입니다. 그나마 28%의 비중속에는 현금이 아닌 현물출자와 외환은행 출자분까지 포함돼 있어 사실 수출입 금융재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정지원비중을 늘리면 조달금리도 덩달아 떨어지게 됩니다.

―재정자금 조달 확대대책은 세우고 있으신지요.

▲기획예산처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약속받은 상태입니다.

―화두를 나라밖으로 돌려볼까요. 최근 중동지역을 방문하고 오셨는데 그곳의 우리 기업 사정은 어떻던가요.

▲외환위기 이후 현대·대우·동아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곤경에 처하다 보니 현지발주업체들은 국내 건설업체의 재무건전성 등에 대해 많은 의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우리 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낮아졌다는 증거지요. 그러다보니 우리 기업들이 그곳에서 너무 힘들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경쟁국에서는 또 우리 나라의 그런 부정적인 면을 확대해 부각시키기도 하고요. 때마침 지난 5월 이한동 국무총리께서 중동지역을 방문, 이런 분위기를 많이 진정시키긴 했습니다. 그 바람에 최근 두산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해수담수화 발전설비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최근 지속된 고유가로 돈을 많이 번 중동지역국가에서는 많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때 우리기업들이 이들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원활한 자금지원을 해야 합니다.

―중동지역말고 우리기업들이 진출해볼만한 곳으로는 또 어디가 있을까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특히 멕시코가 유망해 보입니다. 동남아지역은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극복됐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가 생기고 있으며 멕시코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이기는 하지만 프로젝트사업이 활발한 곳입니다. 위험국가들이긴 하지만 수익성만 있다면 바이백방식이나 채권보전 방식 등을 택해 채무상환이 가능할 수 있게 해 가며 금융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국가들에 대한 수주지원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위험성이 있다 하더라도 사업성만 있다면 자금지원을 계속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만약 부도가 나거나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진행하던 사업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중소기업 지원 확대대책도 내놓으셨는데요.

▲수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본점에 중소기업수출금융부를 설치했고 올해 중소기업에 1조9625억원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또한 과거의 수출실적을 토대로 미래채무상환 능력을 평가해 신용대출을 적극 늘릴 생각입니다. 또 수출자금 지원 대상 품목도 자본재 이외에 섬유 및 종이·신발 업종으로까지 확대했습니다. 아울러 중소기업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 주요 개도국에 대한 대출한도를 4∼5배 확대했습니다.

―북한진출과 관련해선 아직 위험성이 커서인지 시중은행들이 좀처럼 지원에 나서려 들지 않고 있습니다. 수은은 어떻습니까.

▲수은은 국책은행입니다. 우리 은행의 업무중 하나가 남북한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물론 당장 저희 은행에 북한진출 기업들의 지원요청이 오지는 않겠지만 이에 대한 대비책은 세워야합니다. 이 내용 또한 수은법 개정내용에 포함될 겁니다.

―수은이 지난 1일로 창립 25주년을 맞았습니다. 행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미래를 열어가실 계획이십니까.

▲고객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은행의 고객은 수출업체이지요. 수출기업과 늘 같이하는 것은 수출입은행의 설립목적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은행은 수출업체의 애로사항을 귀기울여 듣고 수출업체에 새로운 금융상품과 기법을 제공하며 수출업자들의 자문에도 응하고 있습니다. 전방위지원말입니다.

―건강은 어떻습니까. 무척 좋아보이시는데요.

▲지난 6월은 보훈의 달이기도 했고 가뭄도 극심해 골프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소엔 건강관리를 위해 많이 걷습니다. 주말에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등산을 합니다.
등산이나 산보만큼 건강관리에 좋은 운동은 없는 것 같아요.

―바쁘신 가운데서도 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오미영기자

◇이영회 행장 약력

▲55세

▲목포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학 경영대학원(MBA)

▲제11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재무부 외자관리과장

▲재정경제원 예산실 예산총괄심의관

▲세계은행그룹(IBRD, IFC, IDA, MIGA) 이사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한국수출입은행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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