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5개 기업집단의 지난해 경영성적표는 한마디로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순이익은 줄어든 것으로 요약된다.
삼성,롯데 등 일부 기업집단의 재무상황은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조조정의 진척에도 불구하고 한해동안 오히려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내부거래 비중이나 국내매출 비중도 4대 재벌을 위주로 높아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벌그룹의 노력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또한 감사의견에서 ‘적정 의견’을 받지 못한 기업집단수가 전년도 1개에서 쌍용,새한,현대, 동부 등 4개로 늘어난 것도 재벌그룹에 대한 구조조정 성과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벌어서 이자도 못갚는 기업집단 여전히 많다=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를 나타내는 지표가 이른바 이자보상배율이다.이 배율이 1이하인 경우 장사해서 이자도 못갚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기업대출금리가 크게 내렸는데도 이자보상배율 1이하인 기업집단수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아직도 구조조정을 더해야 하는 재벌이 많이 남아있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지난해 15개 기업집단중 삼성과 롯데, SK, LG, 코오롱, 영풍 등 6개 재벌(비금융업)만이 총이자비용을 영업이익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15개 기업집단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95를 기록했지만 현대를 포함, 상당수 중견그룹들은 막대한 부채로 인한 이자때문에 힘든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성 비율도 하락=지난해 15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비금융업)은 251%에 달해 전년도보다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현대, 삼성, LG, SK 등 4대 재벌의 평균 부채비율은 250%대였다.롯데와 삼성이 200% 미만으로 양호한 반면, 구조조정의 와중에 있는 현대그룹은 477%, 쌍용은 자본잠식상태, 새한도 713%수준이었다.
1년내 만기도래하는 부채의 상환압력이 일시에 몰릴 경우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비율, 즉 유동비율(비금융업)도 15대 그룹 전체적으로 전년도 95%에서 90%로 떨어져 역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삼성, 코오롱 등은 95%를 초과,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었으나 현대, 한화, 쌍용 등은 50%내외를 기록했다.구조조정 결과 우량그룹과 비우량그룹간의 안정성지표가 급속히 양분화되고 있음을 반영했다.
◇악화된 수익구조=전반적인 경기 및 증시침체 등으로 15개 기업집단중 6개 기업집단만이 지난해 결합재무제표상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전체적으로는 456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99년도 당기순익 7조1748억원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이 6조8445억원의 당기순익을 올린 것을 비롯, LG(9235억원), SK(9338억원), 롯데(4007억원) 등의 실적은 양호했다.반면 현대와 쌍용이 각각 6조2010억원, 1조3436억원의 적자를 냈으며 새한도 952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4대재벌의 국내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99년 5.1%에서 지난해엔 6.1%로 상승했고 해외부문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은 1.7%로 제자리걸음이었다.나머지 11개 기업집단은 해외부문이 2.6%포인트 늘어난 데 비해 국내부문은 1%포인트 줄었다.
4대 재벌은 주로 국내 영업에 의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고 중견재벌들은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해외사업부문의 수익성을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늘어난 계열사간 거래비중=4대그룹의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내부거래비중은 전년도 대비 1%포인트 늘었으나 나머지 11개 그룹은 2.2%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비중은 4대재벌이 40%에 달했지만 나머지그룹은 11%에 그쳤다.삼성이 44%로 가장 높았고 다음은 LG, SK, 현대 등의 순이었다.
자금의 상호의존도는 4대 그룹의 경우 99년 7.7%에서 6.3%로 낮아졌고 나머지 그룹도 18.0%에서 15.1%로 낮아져 드물게 지표가 개선됐다.
◇ 용어풀이
결합재무제표=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들의 재무상태를 일목요연하게 표시해주는 재무제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이 작성 대상으로 1999회계연도부터 도입됐다. 결합재무제표 작성대상 기업간의 상호 거래는 내부거래로 분류, 모두 상계처리돼 해당 기업집단의 실질적인 매출, 자산과 부채, 재무현황 등을 정확히 알 수 있다.
/ csky@fnnews.com 차상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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