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이자도 못버는 기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7.03 06:25

수정 2014.11.07 13:39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성적표는 한마디로 부채비율은 높아지고 순이익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 15개 기업집단의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를 분석한 결과다.

15대 재벌기업의 결산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이 자료에 의하면 그 중 10개 집단의 이자보상배율이 1이하이며 15개 기업집단의 평균 부채비율은 1년 전보다 무려 47%포인트가 증가한 378%를 나타냈다. 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비율이 1이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입경영으로 빚은 늘어나고 장사해서 그 이자도 벌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같은 금감원의 결산자료 분석결과를 놓고 보면 지난 한해동안 추진해온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그룹 산하 부실기업은 처분되지 않고 있으며 차입경영의 악습은 개선되지 않고 인력 및 조직의 합리화 등 자구노력이 미흡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결합재무제표의 분석 결과는 또 한가지 재벌의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삼성그룹의 독주체제가 더욱 확고해진 반면 현대그룹의 몰락이 그것이다. 방만한 경영과 몇차례의 자구노력을 이행하지 않은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같은 15대 그룹 중에서도 우량기업과 비우량기업간의 편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위 4대 그룹의 이자보상비율은 평균 2.65에 이르는 반면 나머지 11개 기업집단의 평균은 0.64에 불과한 것이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 역시 삼성과 롯데 등 4개기업을 제외하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차입경영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의 반증이다.

재벌그룹의 내부거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계열기업 수가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은 여전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자연히 내부거래도 증가, 4대그룹의 경우 40%안팎이 내부거래로 이루어지고 있어 나머지 그룹의 11%와 대조를 이루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 의하면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수는 지난 4월 신규지정 이후 3개월 사이에 무려 23개가 늘어 6월말 현재 647개에 이르렀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이 기업의 개혁작업 이후에도 여전함을 보여준다.


재무제표 분석결과는 거듭 치열한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핵심사업을 키워가야만 생존할 수 있음을 일러준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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