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아들 재용씨(삼성전자 상무보) 등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싼값에 판 것과 관련한 소송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함으로써 공정위는 앞으로 유사한 사례의 공정거래법 적용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공정위가 재벌과의 부당내부거래관련 소송에서 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공정위는 이 상무보와 현대자동차 정의선 상무 등 이른바 ‘재벌 3세’의 인터넷 기업 주식 매각에 대해 계열사 부당지원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파장이 클 전망이다. 또한 국세청이 이재용씨에게 추징한 거액의 증여세 문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며,언론사에 대한 공정위와 국세청의 조사결과를 둘러싼 시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무리하게 법 적용했나=서울고법의 판결은 일단 공정위의 법적용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정위는 ‘현저하게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특수관계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23조1항을 근거로 들어 과징금을 매겼으나 고법은 공정위의 법적용에 잘못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재용씨 등이 삼성SDS의 BW를 싸게 사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것과 공정거래법 위반은 별개의 사항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씨 등이 넘겨받은 경제적 이익을 바탕으로 그들이 속한 시장에서 경쟁사를 배제할 만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거나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언론사주 부당지원건 논란 예고=공정위는 현재 삼성계열사들이 이재용씨의 인터넷회사 지분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줬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이번 판결로 공정위는 맥이 빠지게 됐다. 공정위측은 그러나 “삼성SDS 조사 때 장외거래가격과 특수관계인 매매가격을 비교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 것처럼 삼성계열사들이 장외에서 거래되는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이씨 지분을 매입했다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며 필승을 장담하고 있다.
또 이미 발표한 언론사 불공정행위 조사 결과 가운데서 언론사주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지원 건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정위는 일부 신문사가 시가가 형성되지 않은 제도상의 허점을 이용,비상장주식을 사주와 친족 등 특수관계인에게 저가매각하거나 고가매입했고 비계열사 주식의 신주인수권을 고가매입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했다고 발표했다.
◇증여세 분쟁이 벌어질까=국세청은 일단 이번 판결과 증여세 부과는 별개라는 입장이다.국세청 관계자는 “공정위건은 불공정거래 부분이고 국세청은 삼성SDS가 BW 발행가격을 장외 거래가격보다 낮게 산출한데 대해 증여세를 물린 것인만큼 사안이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SDS가 장외거래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이씨 등에 BW를 판 것은 사실인 만큼 상속·증여세법 적용은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서울 고법도 판결문에서 이씨 등이 경제적 이익을 얻은 점은 인정하고 있다.
◇표정관리하는 삼성=삼성은 재용씨 등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패소와 관련,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공식적인 입장표명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삼성 관계자는 “법원에서 적법하게 판결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해 이번 소송과 관련된 공식적인 입장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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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j@fnnews.com 이민종기자